향기를 담은 리뷰
에르메상스 베티버 통카
Hermes Hermessence Vetiver Tonka for men
다시한번 에르메스 향수의 상위라인, 에르메상스의 베티버 통카를 소개해드리게 되었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편은 아니며, 매니아층을 중심으로 강력한 팬덤이 형성되어 있는 재밌는 녀석이다. 한국보단 서양에서 훨씬 더 반응이 좋은 편이며, 향수는 전체적으로 고독하고, 쓸쓸하면서도 그 안에 강렬한 남성미를 가지고 있는 그런 느낌이 있다. 평소 타바코(담배)를 소재로 만든 향수 좋아하셨던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
에르메상스 베티버 통카의 향기는 어떨까?
에르메상스 베티버 통카의 향기
단일노트 ㅣ 샌달우드, 베티버, 통카빈, 캬라멜, 헤이즐넛, 프랄린, 타바코, 은방울꽃
에르메상스 베티버 통카 TOP/MIDDLE NOTE
『담배 끝 부분의 필터 같은 바짝 마른 타바코』
에르메상스 베티버 통카의 첫 향기는 바짝 말린 진한 타바코 향기가 난다. 이해가 어렵다면 새로 산 담배의 필터에 코를 대고 맡았을 때 날 것 같은 향기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새 담배 특유의 까실거리는 맵고 고소한 향기가 느껴진다. 혹은 파이프 담배 끝 부분에 타바코를 채워 놓고 헤이즐넛 가루 약간을 탁탁- 뿌려셔 불을 붙였을 때 날 것 같은 향기라고 봐도 될 것 같다. 한 발자국 떨어져서 향기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면 바짝 말린 듯한 건조함이 느껴지는데, 그래서 그런지 자꾸 모래바람이 생각난다. 모래바람을 우두커니 맞고 있는 500년 된 고목근처에서 날 것 같은 향기라고 해야하나?
에르메상스 베티버 통카 MIDDLE/BASE NOTE
『퇴역장교가 나무벤치에 올려 놓고 간 담배와 캬라멜 한 조각』
시간이 지나면서 초반에 났던 바짝 말린 담배 향기는 서서히 부드러워지고, 빈 자리를 바닐라로 살짝 두른 아몬드의 달콤함이 올라온다. 혹은 캬라멜 바른 아몬드라고 보셔도 괜찮을 것 같다. 물론 달콤함의 종류가 그렇다는 것이지. 친구에게 손목을 들이대면서 향기 어때? 라고 물어보면 당연히 ‘담배냄새’ 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면, 머리가 하얗게 센 퇴역장교가 바람부는 나무벤치에 놓고 간 담배 같은 향기가 난다. 쓸쓸하고, 외롭지만 눈빛에는 아직도 젊을 당시의 용감하고, 짙은 남성미가 느껴지는 복합적인 타바코 향기.
에르메상스 베티버 통카
젊음은 갔지만
멋은 남았다
“아저씨!”
빛 바랜 신문을 보다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며 웃음을 짓는 에르메상스 베티버 통카 아저씨. 아니, 할아버지인가? 근데 할아버지라고 하기엔 너무 멋있는 걸
“귀염둥이 왔구나, 오늘은 좀 늦었네?”
“헤헤, 숙제가 밀려서요. 그래도 아저씨 보고 싶어서 뛰어왔어요!”
그런 내가 귀여워 죽겠다는 듯, 에르메상스 베티버 통카 아저씨가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바위처럼 딱딱한 손길이었지만, 내 머리로 채우는 부드러움에서 난 알 수 있다. 에르메상스 베티버 통카 아저씨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가끔은 우리 엄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니깐!
“헤헤, 아저씨~!”
말 없이 나를 따뜻한 눈빛으로 보는 에르메상스 베티버 통카 아저씨. 뚜렷한 이목구비에 짙은 눈매는 모델을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근데 참 이상하단 말이지, 내가 보기에 아저씨 눈빛은 맨날 외롭고 슬퍼보일까. 마치 영화 속 주인공처럼
“엄마가 물어보지 말랬는데…. 아저씨는 직업이 뭐예요?”
에르메상스 베티버 통카 아저씨는 “음….” 이라고 말끝을 흐리더니, 가슴 한쪽에 달린 금색 훈장을 만지작거렸다.
“군인이었단다”
가슴 한 켠을 툭, 치고가는 엄청난 쓸쓸함. 그 동안 아저씨랑 놀면서 이렇게 슬픈 어투의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가 애교로 아저씨를 웃게 만들어줘야 할 것 같다. 왠지 내 잘못인 것 같아
“우와~ 그럼 아저씨가 사람들 지켜주고 그랬겠네요!”
“그랬어야 했는데...”
아저씨가 나를 품에 안으며, 입을 대고 되뇌이듯 속삭였다.
“내 가족은, 그러질 못했구나”
결론
완성도가 엄청 높고 향료도 굉장히 고급인 향수지만, 대중적인 면에서의 호불호는 갈릴 수 있겠다. 왜냐면 일반인(?) 들은 에르메상스 베티버 통카 에서 세심하게 펼쳐지는 달콤함과 분위기까지 한번에 캐치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마 그냥 단순하게 ‘마른 담배’ 라고 인지하는 사람이 제일 많지 않을까? 물론 서양권에서는 인기가 굉장히 많겠다. 이런 형태의 남성상과 향료를 굉장히 좋아하니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에르메상스 베티버 통카 자체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너무 멋지게 때문에, 잘 소화하기만 한다면 정말 엄청나게 존재감을 뿜어내는 섹시한 남성이 되리라 확신한다. 나도 이렇게 나이 들어야지
에르메상스 베티버 통카 요약
[연령]
20대 후반 - 무관
[성별]
남성적(쓸쓸함, 강인함, 섹시함)
[계절]
봄, 가을, 겨울
[지속력]
★★★★(4.0/5.0)
[질감]
바짝 말린 타바코와 부드럽게 달콤한 아몬드가 섞여서
모래바람 속에 우두커니 놓인 나무벤치 같은 느낌으로 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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