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치향수

[여자향수] 세르주루텐 라 휘드 베흘랑 : 서늘한 도시의 장미

366일 2017. 3. 14. 21:12

향기나는 리뷰

 

세르주루텐 라 휘드 베흘랑

Serge Lutens La Fille de Berlin for women

 

 

 

 


정말 오랜만의 세르주루텐 향수, 그 중에서도 대표 장미향수로 뽑히는 세르주루텐 라 휘드 베흘랑을 들고 왔다. 세르주루텐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내놓는 향수 중 하나이기도 한데, 개인적으로도 참 신기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장미 향수다. , 참고로 수색이 굉장히 붉은데, 이것 때문에 하얀 옷에 뿌리면 붉게 물들어 버리니 그게 조금 불편한 게 흠이다. 물론 염색약이 아니라서 시간 지나면서 천천히 없어지긴 하는데, 그래도 하얀 옷에는 신경 쓰여서 못 뿌리겠더라는

 

 

 

 

 

세르주루텐 라 휘드 베흘랑이 붉은 장미색인 이유가 있으니, 향기는 과연 어떨까?

 

 

 

세르주루텐 라 휘드 베흘랑의 향기


탑 노트 ㅣ 로즈, 제라늄

 

미들 노트 ㅣ 팔마로사, 파츌리, 로즈 압솔뤼

베이스 노트 ㅣ 모스, 허니

 

 

 

세르주루텐 라 휘드 베흘랑 TOP/MIDDLE NOTE

『콘크리트 가루를 뒤집어 쓴 붉은장미』

 

세르주루텐 라 휘드 베흘랑은 제라늄과 로즈가 뒤엉켜 뭔가 서늘하고 쌀쌀 맞은 차가운 질감의 장미향기가 난다. 뭐랄까전쟁으로 황폐화가 된 어떤 도시의 무너져 내린 잿빛 콘크리트 돌담 옆에서, 완전 검붉고 새빨간 느낌의 진한 장미가 콘크리트 가루를 뒤집어 쓰고 있는 듯한 모습이 생각이 난다. 부서진 느낌의 차갑고 쌀쌀맞은 콘크리트의 삭막함과 극도로 아름답고 시크한 느낌의 장미향기가 동시에 뒤섞여서 쓸쓸함을 자아내는 향기

 

 

 

세르주루텐 라 휘드 베흘랑 MIDDLE/BASE NOTE

『아이가 손으로 콘크리트 가루를 닦아준 붉은장미』

 

시간이 지난 세르주루텐 라 휘드 베흘랑은 향기가 조금 더 순하게 변한다. 초반에 잿빛 콘크리트 가루를 뒤집어 쓴 아름다운 장미를, 지나가던 한 소녀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슥슥- 닦아 주었을 때 장미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 지 모르면서 고개를 뺴꼼히 내민 것 같다. 고사리 같은 아이의 손으로도 금새 예쁘고 아름답게 변하는, 본연의 순수함 그리고 연약함(?) 같은 모습이 복합적으로 공존하는 장미 향기다. 물론 무너진 콘크리트 옆에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차가움, 삭막함, 파츌리 특유의 금속성 느낌은 계속해서 존재한다.

 

 

 


 

 

세르주루텐 라 휘드 베흘랑

 

도시적인 첫 인상과 달리

볼수록 순수하고 매력있는 여자

 

 

 

 

 

 

“세르주루텐 라 휘드 베흘랑씨, 미팅 자료 정리 좀 부탁드려요”

 

그러면 어김없이 낭랑하고 깔끔한 목소리로 들리는 대답

 

“네, 언제까지 하면 될까요?

 

“이번 주말에 클라이언트 미팅이니까, 이틀 전까진 받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자 세르주루텐 라 휘드 베흘랑은 차분한 목소리로 “네, 알겠습니다” 라며 자기 자리로 돌아가 포스트잇에 예쁘게 적어 모니터 옆에 착- 붙여 놓는다. 화려한 소품은 없지만, 필요한 물건을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잘 정리된 책상이 인상적이다.

 

“일처리가 깔끔하니까, 자꾸만 찾게 되네”

 

사실 맨 처음 신입사원 면접장에서 본 세르주루텐 라 휘드 베흘랑의 첫 인상은 내게 그닥 좋지 않았다. 마케팅 부서 특성상 야근이 굉장히 많아서 에너지 넘치는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세르주루텐 라 휘드 베흘랑은 뭐랄까 좀

 

“잿빛 콘크리트 가루로 뒤덮혀서 숨도 못 쉬고, 생기를 잃은 장미 같았는데

 

나도 모르게 파티션 위로 고개를 살짝 내밀어 세르주루텐 라 휘드 베흘랑을 훔쳐 봤다. 염색하지 않은 진한 흑발에 스트라이프 블라우스와 청바지로 깔끔하게 입은 코디. 그리고 밤 하늘의 별이 빛나는 듯 반짝거리는 눈으로 옆의 동료와 환하게 웃으며 농담을 주고 받는 모습까지

 

“지금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절대적인 아름다움의 절정을 보는 것 같네

 

뭔가 연예인 보는 것 같은 느낌에 혼자서 되게 흐뭇해 하고 있는데, 내 시선을 느꼈는지 세르주루텐 라 휘드 베흘랑이 갑자기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 쳐다봤다. 순간 나와 마주친 두 눈- 나는 당황스런 마음에 황급하게 파티션 아래로 고개를 숙였다.

 

“아, 젠장…. 젠장… 젠장!

 

이거 꼭 좋아하는 사람 훔쳐보다가 걸린 것 같잖아. 나는 괜히 무안한 마음에 애꿎은 인형만 계속해서 볼펜으로 쿡쿡 찔렀다. 그때 내 파티션 앞쪽에서 뒤척거리는 인기척, ‘뭐지?’ 하는 마음에 고개를 들어보니 세르주루텐 라 휘드 베흘랑이 무안한 듯이 나를 보고 있다. 그러자 괜히 퉁명스럽게 나오는 말투

 

 “뭔데요”

 

쌀쌀맞은 목소리 덕분이었을까? 오히려 세르주루텐 라 휘드 베흘랑이 더 당황한 듯 안절부절 거리는 목소리로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게.. 저희 동료들끼리 커피 내기를 했는데 제가 졌거든요. 팀장님은 바쁘시니까 저희가 임의로 팀장님 이름 넣어서 진행했고그리고…”

 

그제서야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됐다. 나만 빼고 자기들끼리 먹으려고 했다고 오해할까봐 왔구나. 나도 모르게 나오는 안도의 한숨. 내가 우려하던 그런 게 아니었어

 

그래요? 기분도 좋은데 이번엔 제가 살게요

 

 

 

 

 

결론 


 

셔츠 스타일의 깔끔한 블라우스에 약간 스타일 있는 청바지, 뭔가 이런 느낌의 깔끔함을 좋아하는 여성분들에게 권해드리고 싶은 향수다. 엄청 여성스러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엄청 중성스러운 것도 아닌 그 중간에서 살짝 여성미 첨가? 의 느낌이라고 할까

 

전체적으로 약간 시크하고 쌀쌀맞은 느낌의 장미향기를 베이스로, 자꾸만 더 쳐다보게 만드는 정돈된 아름다움의 아우라가 있으니, 취향에만 맞으신다면 특색 있고 재밌게 잘 사용하실 수 있을 것 같다.

 

 

 

 

 

세르주루텐 라 휘드 베흘랑 요약


[연령]

 

무관(분위기가 더 중요할 듯)

 

[성별, 여성적]

첫 인상은 시크하고 도도, 낯가림

친해지면 다 퍼줌, 사교적,

심플하고 깔끔한 스타일 선호

 

[계절]

사계절

 

[질감]

잿빛 콘크리트 가루를 뒤집어 쓴

아주 붉은빛의 아름다운 장미 꽃이 있는데

한 소녀가 살짝- 가루를 쓸어 내렸을 때 드러난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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