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리뷰
존바바토스 아티산 블랙
John Varvatos Artisan Black for men
올리브영에서 향수를 보고 있는데, 대학생 커플이 들어오더니 서로 옥신각신 다투기 시작했다. 남자는 이 향수가 마음에 드는데, 여자는 저 향수가 마음에 든다고 하고 둘이서 알고 있는 향수고수(?)는 이 향수가 좋다라고 추천해줬는데, 그건 너무 유명해서 싫다고 하고... 여하튼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그 커플은 결국 향수를 고르지 못하고 나갔는데, 그때 그 남성분을 보고서
“이게 잘 어울릴 것 같아요”
하고 권해드리고 싶었던 향수가 존바바토스 아티산 블랙 이다. 요즘에 존바바토스 아티산이 워낙 유명해서, 상대적으로 존바바토스 아티산 블랙은 독하다거나, 남자답다거나, 무겁다라고 하는 인식이 있는데 실제로 두 향수의 향기는 상당히 유사한 편인 것 같다. 물론 차이가 있긴 있는데 거의 뉘앙스만 다른 느낌? 심지어 주변반응도 둘 다 좋은 편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존바바토스 아티산이 너무 유명해서 다른 선택지를 찾는 분들 위한 향수,
존바바토스 아티산 블랙의 향기는 어떨까?
존바바토스 아티산 블랙의 향기
탑 노트 ㅣ 귤, 탠저린, 오렌지, 바질, 희양목잎
미들 노트 ㅣ 진저, 다크우드, 블론드우드
베이스 노트 ㅣ 파츌리, 레더, 화이트머스크, 베티버, 아이리스
존바바토스 아티산 블랙 TOP/MIDDLE NOTE
『주유소 입구 근처에 핀 탠저린 나무』
존바바토스 아티산 블랙의 첫 향기는 상큼한 듯 하면서도 시크한 느낌의 존바바토스 아티산 특유의 오렌지 향기가 확- 퍼진다. 주유소 입구에서 느껴질 법한, 뭔가 자꾸만 코를 킁킁- 거리게 되는 그 특유의 중독성을 가진 휘발성 향기의 속성이 약간은 있다. 그게 탠저린, 오렌지의 상큼함과 섞여 버리니 역동적인 느낌과 시크한 느낌이 같이 어우러지는 것 같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기름칠을 한 원목 가구가, 아직은 약간 덜 말랐을 때 날 것 같은 시크한 우디노트가 올라오는데, 이 느낌이 한데 어우러져서 배우 '조기성' 같은 그 특유의 까칠한...?? 듯한 남성미를 연출해준다.
존바바토스 아티산 블랙 MIDDLE/BASE NOTE
『후드티랑 저지를 가볍게 입은 남성의 체취』
시간이 지난 존바바토스 아티산 블랙은 약간 통통한 회색 후드티의 질감을 닮은 머스크 향기가 올라온다. 그러니까 초반엔 휘발성의 향기가 묻은 탠저린+원목가구의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앞에서 언급되었던 남성이 입었다가 침대 위에 던져 놓은 흰색 또는 회색 후드티에 남아 있는 잔향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그리고 그 후드티 옆에는 블랙 계열의 얇은 가죽재킷이 같이 놓여 있고, 그 두 가지 의류가 한데 섞여서 날 듯한 남자의 향기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름이 약간 덜 마른 듯한 휘발성의 탠저린+레더 향기가 가장 돋보이긴 한다.
존바바토스 아티산 블랙
넌 왜 나한테만
무심한 철벽남인건데
“아, 뭔데”
흰색 후드티에 검은색 저지를 대충 입고서 내 앞에 삐딱하게 앉으며 성가신 듯한 눈초리로 나를 보고 있는 남자, 존바바토스 아티산 블랙. 대학교 1학년때 만나서 4학년인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는 그냥 남자사람 친구다. 정말, 그냥 친구.
“너 여자친구랑 일주일 전에 헤어졌다며, 그래서 불렀지. 신경쓰여서”
쌍커풀 없이 차갑게 늘어져서 약간 싸가지 없게 보일법도 한 존바바토스 아티산 블랙의 눈매가 씰룩거린다.
“그걸 네가 왜 신경 쓰는데”
“와…. 얘 봐라, 원래 우리가 서로 헤어지면 다독여주고 그러지 않았냐? 나 헤어졌을 때 너도 그랬었고”
그제서야 존바바토스 아티산 블랙이 되게 감동받은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되게 싸가지 없이 생겼을 것 같은 얼굴에서 저렇게 멍청한 듯 순수한 눈빛이 나오면, 가끔은 그냥 친구인 나도 몇 번 설렜던 적이 있다. 정말이다. 그냥 친구로서
“뭐냐 그 눈빛은~? 나 의리 빼면 시체인 여자인 거 모르냐? 실망이야 너”
존바바토스 아티산 블랙은 활짝 웃으며 내게 다가와 어깨 동무를 하면서 “그래 맞아~ 우리 술이나 먹으러 가자, 기분도 꿀꿀한데” 라고 말하며 나를 확- 잡아당겼다. 순간 내 코 끝에 스치는 존바바토스 아티산 블랙의 향기
심쿵-
평소엔 여자친구가 나 신경쓰여 한다면서 그렇게 거리를 두던 네가, 지금은 옛날처럼 스스럼 없이 구는게 신기하면서도 좋았다. 나쁘지 않네 이 느낌. 정말 친구로서
“올~ 남자네~ 기분이다. 오늘은 내가 쏜다”
술까지 얻어먹는다는 말에 존바바토스 아티산 블랙은 신이 나서 허공에 손가락질을 하더니, 특유의 씨익- 웃는 미소로 나를 보며 짧고 굵게 말했다.
“가자!”
그렇게 존바바토스 아티산 블랙은 나와 어깨동무를 한 채 평소 가고싶었던 술집이 있다며 그리로 안내했고, 나는 존바바토스 아티산 블랙이 키가 너무 커서 내 허리가 부러질 것 같다며 투덜거리면서도 내심, 너무 좋았다.
참 미안한 일이야
네가 여자친구랑 헤어진게
꼭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
결론
탠저린을 주제로 남성성을 묘사하는 향수는, 존바바토스 아티산이 확실히 향수계에 획을 그은 것 같다. 샤넬 향수도 고급스럽고 정장을 입은 듯한 남성성을 글로벌적이고 공통된 감각으로 잘 풀어 냈는데, 존바바토스 아티산 블랙도 자기 나름대로 확실히 영하고 뭔가 날티나는 것 같으면서도 자상한 그 이중적인 느낌을 잘 구축한 듯 싶다.
그나저나 기존의 존바바토스 아티산(갈색병)과 차이점이 궁금한 분이 있을 수 있을테니,
기본적인 향수 틀은 비슷하다고 정해놓고, 차이점을 확대해서 살펴보면
[존바바토스 아티산]
탠저린, 오렌지류의 상큼달콤함이 발랄하게 퍼짐
vs
[존바바토스 아티산 블랙]
탠저린의 상큼함이 줄고, 기름칠한 우디, 레더, 머스키가 약간증가
존바바토스 아티산 블랙이 '블랙' 이란 타이틀을 달고 나왔지만,
그렇게 막 블랙블랙한 느낌의 향수는 아니고 뭔가... 까칠해보이지만 바보같은 면도 있고, 순수하면서도 남자다운 느낌인 것 같다.
기존의 존바바토스 아티산보다는 3살 정도 더 나이가 먹었다고 보시면 될 듯!
존바바토스 아티산 블랙 요약
[연령]
20대 초반 – 30대 중반
[성별, 남성적]
날카로운 눈매, 첫 인상이 조금 차갑지만 알고 보면 착함, 의외의 순박함
[계절]
사계절
[지속력]
★★★☆
[질감]
주유소 입구에 자리 잡은 탠저린 나무아래에서
블랙계열의 옷을 입고 주유를 하고 있는 남성에게서
날 듯한 시크하면서도 영한 느낌의 레더, 머스키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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