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치향수

[남녀공용] 조말론 오렌지블라썸 : 쌉싸름한 감귤

366일 2017. 6. 13. 21:35

향기나는 리뷰

 

조말론 오렌지 블라썸(오렌지 블로썸)

Jo Malone London Orange Blossom for women and men

 

 

<사진출처 : 네이버 regina님 블로그>

 

 

정말 오랜만에 들고오는 조말론 향수 포스팅, 조말론 오렌지 블라썸를 소개해드리게 되었다. 조말론이 한국에 들어온 초창기에는 가장 유명한 향수였는데, 지금은 조말론 블랙베리와 우드세이지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말았다. 뜬금포지만 조말론 향수 인기순위 포스팅을 하면 재밌을까…?

 

흠흠, 각설하고 지금은 왕좌의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향수이다. 향수추천 문의로 작성되었던 글들을 참고해보면 보통 모던하고 중성적인 세련됨을 추구하는 분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조말론 오렌지 블라썸의 향기는 어떨까?

 

 

 

조말론 오렌지 블라썸의 향기


 

탑 노트 ㅣ 그린노트, 클레멘타인

미들 노트 ㅣ 아프리카 오렌지 플라워, 로터스(연꽃), 베티버

베이스 노트 ㅣ 화이트 라일락, 오리스우드

 

 

 

 

조말론 오렌지 블라썸 TOP/MIDDLE NOTE

『장마철에 밭에서 뒹굴고 있는 두툼한 오렌지의 알맹이』

 

조말론 오렌지 블라썸의 첫 향기는 껍질이 두껍고 알맹이 굉장히 큰- 토실토실한 느낌의 오렌지를 한알 입안 가득 넣고 씹는 향기가 난다. 근데 여기서 특이한건-! 알맹이가 큰 만큼 오렌지에서 전혀 달콤함이 느껴지지 않고 알맹이를 감싸고 있는 얇은 가죽 같은 것 있지 않은가? 그것에 대한 질감이 질겅질겅- 느껴지는 형태의 고소한 향기가 난다. 마치 장마철이 지난 후 물기를 잔뜩 머금고 자란 오렌지를 따와서 식탁에 내놓은 것 같다.

 

 

 

 

조말론 오렌지 블라썸 MIDDLE/BASE NOTE

잎과 흙이 뒤엉켜 있는 쌉싸름한 오렌지 껍질

 

시간이 지난 조말론 오렌지 블라썸은 향기가 굉장히 중성적으로 변한다. 초반에 미약하게나마 났던 오렌지 특유의 상큼함은 거의 사라져 있고, 전체적으로 검정 흙…? 같은 베티버 향기가 더 도드라진다. 그러니까 초반에는 장마철 밭에서 뒹구는 달지 않은 오렌지 알맹이에 향기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반대로 지금은 그 오렌지가 뒹굴고 있는 주변의 물기 어린 흙, 뿌리, 잎사귀 등에 초점을 옮겨간 느낌이라고 할까? 보통의 에르메스 향수에서 났던 특유의 쌉싸름한 홍차 향기를 살짝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조말론 오렌지 블라썸

상황극

 

 

 

 

 

장마철에 거둬들인 달지않은 감귤

조말론 오렌지 블라썸를 처음 먹었을 때 느꼈던 감정이다. 굉장히 상큼하고- 짜릿한 맛을 기대했던 나에게 예상치 못한 밍밍함을 선물했던 녀석. 그래서 그때 조말론 오렌지 블라썸를 소개해줬던 친구에게 호기롭게 내게 단 맛이 느껴지지 않는 음식은 음식이 아니니라외치던 기억이 난다.

 

근데 자꾸 생각난단 말이지

 

정말 말도 안되게 야식이 땡길 때 자꾸만 이 녀석이 생각났다. 과자를 먹기엔 내 살덩이에게 미안하고 그렇다고 맛 없는 다이어트 식단은 먹고 싶지 않을 때…. 꿩 대신 닭이 생각날 때…!

 

얘는 먹어도 살 안 찔거야, 과일이니까…”

 

나는 그렇게 자기합리화로 기도를 끝낸 후, 과감하게 녀석에게 마귀의 손을 뻗었다. 농장에서 갓 따온 듯한 싱그러운 조말론 오렌지 블라썸의 촉감이 그대로 손에 전해져 온다. 참 재밌는 점은 오렌지의 상큼한 향기가 아니라 오렌지 꼭지에 붙어 있는 싱그러운 풀잎의 깨끗한 향기가 더 강했다는 거지만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

 

다시 한번 신성한 기도를 올린 후, 손가락으로 조말론 오렌지 껍질을 벗겨냈다. 단순히 껍질이라기 보다는 알맹이를 든든히 감싸주고 있는 느낌의 방어막 같은 단단한 느낌이 예사롭지 않다. 그리고 벗겨낸 껍질 사이로 코 끝을 살살 간지럽히는 이 싱그러운 향기…! 어렸을 적 할머니가 우리 새끼 먹으라면서 흙을 탈탈 털어 까준 귤이 생각나는 향기다.

 

으석- 으석-

 

약간 가죽 같기도 한 두터운 껍질 안에 금방이라도 튀어오를 것 같은 탱탱한 알맹이가 치아에 닿는다. 그러자 곧바로 소나기가 한 차례 시원하게 내린 뒤- 숲 속에서 나는 그 특유의 비 묻은 흙내음이 입 안에 꽉 들어차기 시작했다. 커다란 꽃 아래에서 빗줄기를 피하고 있는 작은 새그리고 그 새가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면서 오매불망 보고 있는 자기 몸집만큼 커다란 귤

 

조말론 오렌지 블라썸은 그런 맛이 났다.

 

 

 

결론


 

 

평소에 조말론 블랙베리앤베이 특유의 담백함을 좋아하시는 분이 있다면, 조말론 오렌지 블라썸로 좋아하실 것 같다. 유기농 과일이 연상되는 특유의 으석거리는 담백함, 그리고 촉촉함을 연출하는 라일락 꽃과 젖은 흙을 묘사하는 베티버, 오리스 우드의 질감까지…!

 

다만 잔향에 있어서 가죽질감? 같은 그런 향기가 나는 부분이 있는데, 이게 사람이 피부에 따라서 살짝 타이어가 그을린- 듯한 느낌의 향기로 연출이 될 수도 있다.

 

 캐쥬얼하면서도 약간 멋 부린- 딱 그 정도의 스타일에 잘 어울릴 듯

 

 

 

조말론 오렌지 블라썸 요약


 

 

[연령]

무관

 

[성별, 중성적(자연풍경)]

다듬어진 몸매, 캐쥬얼하면서도 살짝 멋부린 스타일, 편안함

 

 

[계절]

사계절

 

[지속력+확산력]

★★☆(2.5/5.0)

 

[질감]

이슬비가 촉촉히 내리고 있는 감귤 농장의 한가운데

싱싱한 잎과 영양분 가득한 흙을 온 몸에 묻히고서

굴러다니는 껍질이 두꺼운 감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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