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치향수

[남자향수] 아닉구딸 듀엘 DUEL : 담백한 홍차 비누향기

366일 2018. 1. 20. 18:28

향기나는 리뷰

 

아닉구딸 듀엘 (아닉구딸 듀얼)

ANNICK GOUTAL DUEL EAU DE TOILETTE FOR MEN

 

 

 

 

 

이번엔 다시 오랜만의 남자 향수! 그 중에서 아닉구딸 남자향수로 출시된 듀엘(듀얼)을 들고 왔다. 여성용 버전도 따로 동일하게 나와 있는데 구체적으로 남성용과 어떻게 다른지 디테일하게 비교해보진 못했다. (똑같다는 말도 있고 다르다는 말도 있고…)

 

참고로 아닉구딸에서 나온 남자향수는 바틀이 전부 네모난 직각 형으로 나온다. 독자님들도 내가 쓰는 아닉구딸이 남성용인지 여성용인지 구별하려면, 그렇게 알아보시면 조금 더 편하실 듯! 물론여성용으로 나온 향수 중에서도 성별 구별이 무의미할 정도로 중성적이어서, 남성분들이 쓰기 좋은 것들도 많다.

 

 

개인적으로 아주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스타일이 떠올랐던, 아닉구딸 듀엘의 향기는 어떨까?

 

 

 

아닉구딸 듀엘의 향기


 

탑 노트 ㅣ 그린 마테차 앱솔루트, 페티그레인 씨앗

미들 노트 ㅣ 레더, 타바코

베이스 노트 ㅣ 아이리스 뿌리, 압생트(), 머스크

 

 

 

『아닉구딸 듀엘(듀얼)

TOP / MIDDLE NOTE

 

 

아닉구딸 듀엘의 첫 향기는 뭐랄까영국의 포트넘 메이슨 홍차에서 오렌지 색으로 예쁘게 물들어 있는 홍차를 코에 가져다 대서 킁킁- 댈 때 날 것 같은 향기가 난다. 오렌지 홍차 특유의 상큼함과 바스락거림이 시원하고 아로마틱하게 퍼진다. 그리고 이 오렌지 홍차를 예쁘고 하얀 머그컵에 바스락 거리게 쌓아놓고, 약간은 차가운 느낌의 중간 온도의 물을 포트에서 예예쁘 따랐을 때- 물을 따라서 위로 오렌지 홍차들이 정신없이 떠오르기 시작하고, 마치 내가 지금 영국 런던에 온 것 마냥 착각이 드는 그런 느낌의 깔끔하고 허벌한 향기가 난다. 전체적으로 알싸한 듯 하면서도 그냥 되게 깔끔한 것 같다.

 

 

 

 

아닉구딸 듀엘(듀얼)

MIDDLE / BASE NOTE

 

 

 

시간이 지난 아닉구딸 듀엘은 초반에 한창 핫했던 오렌지 홍차 향기의 시원한 향기가 확실히 자취를 감춘다. 대신에 초반에 부었던 약간 뜨거운 물에 데워진 머그잔이- 천천히 식어가면서 이제 홍차가 약간 달아지면서, 차분하게 변하는 머스키한 향기가 난다. 굉장히 인테리어가 멋진 고급 호텔의 화장실에 갔더니, 손 세정제 대신에 네모낳고 각진 자연 유래 성분의 홍차 비누가 있는데 그걸로 깨끗이 손을 씻고, 핸드 타올로 물기를 닦았을 때 손에서 나는 뽀송한 향기 같다. 마테차에 대한 노트가 후각으로 학습된 분들은 시트러스함을 많이 느끼고, 반대인 분들은 비누향기의 까끌함으로 많이 느끼시는 것 같았다.

 

 


 

 

아닉구딸 듀엘

상황극

 

 



 

관조적인 사람이었다.


그의 눈빛은 그저 일렁이는 옅은 호기심으로 반짝였고, 혈색이 도는 입술은 차분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마치 자기 자신이 여기에 앉아서 차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차를 마시는 자신의 모습을 저 멀리서 3인칭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 ….”

 

빗자루로 가을 낙엽을 천천히 밀어내 듯, 그는 차분하게 머그컵 위로 올라오는 따뜻한 홍차의 수증기를 밀어냈다. 수증기는 잠시 흔들리며 자리에서 사라졌다가, 이내 다시 자기들의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닉구딸 듀엘은 수증기의 생과 사를 가까이서 살펴보더니 알 듯 말듯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툭 던지듯 말했다.

 

꽤 정성 들였네

 

채점하듯 평가하는 말투, 그렇지만 묘한 말의 억양에는 대상에 대한 긍정, 혹은 부정의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갈색의 재생지로 만들어진 책 종이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쓸어 넘기는 듯한 담백한 느낌이 다였다. 군더더기 없고 깔끔하지만, 손 끝에 닿는 그 특유의 쾌감은 살아있는 말투

 

뒤이어 아닉구딸 듀엘은 카스텔라 빵을 부드럽게 물듯이- 머그컵을 가볍게 한 입 물어냈다. 동시에 머그잔 깊숙에 담겨 있던 짙은 홍차가 증기와 함께 그대로 입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닉구딸 듀엘이 잠깐 눈을 가늘게 뜨고 흠칫 놀란 기색을 보인다. 그러더니 차가 아닌 물을 마시듯이- 의외로 꽤 촌스럽게 벌컥 벌컥 여러 모금을 깊게 삼켰다. 한 모금 씩 크게 삼킬 때마다 사과처럼 동그랗게 자리잡은 목젖이 위아래로 크게 울렁였다.

 

깔끔하네….”

 

잔에 있던 홍차를 반이 넘게 비우고 나서야 그는 머그잔을 내려놨다. 가을 낙엽이 바닥에 미련 없이 떨어지 듯, 테이블 위에 잔을 올려 놓는 모습에 군더더기가 없다. 그 모습이 어찌나 잘 다려진 고급 정장의 줄 맞춤 같은지- 마치 그의 감정도 그렇게 다려져 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 핸드폰을 꺼내 만지작 거린다. 그리곤 잠금 장치를 열고 연락처를 위아래로 몇 번 오르락 내리락 하더니, 활짝 웃으며 말하는 것이다.

 

너랑 와야겠다

 

 

 

 

 

결론

 


요즘 남성분들이 입는 스타일이라고 해야하나? 깔끔하고 잘 입는 스타일이 있는데 딱 그런 것들 것 잘 어울리는 향수인 것 같다. 흔히 말하는 남자 스킨 향기도 전혀 안나고, 향기가 막 무겁지도 않고 정말 부담스럽지 않게 데일리로 사용하기 편하게 만들어 놨다. 재밌는 점은 아닉구딸 듀엘에 사용된 '마테차'에 대한 향조가 후각으로 학습된 분들은 오렌지나 홍차쪽의 키워드로 향기를 많이 느끼시고, 아직 이 향기를 뭉뚱그려서 느끼시는 분들은 '비누로 손 씻은 잔향의 까끌함' 정도의 키워드로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까 실제로 사용하고 다니면 '씻고 나왔냐' '비누향기난다' '상큼한 향기난다' 정도의 말을 많이 들을 것 같다.

 

아닉구딸 향수들이 전체적으로 특유의 쌉싸름한 풀향기가 강한 경우가 많은데, 아닉구딸 듀엘은 완전 반대로 오렌지 홍차 향기의 바스락 거리는 느낌을 비누로 만든 듯한 뽀송함으로 만들어 놨기 때문에 훨씬 데일리로 쓰기 좋아 보인다.

 

평소에 무겁거나, 따뜻한 느낌의 남자향수를 선호하지 않는 분들,

그리고코트를 살짝 걸친 듯한 그냥 깔끔 캐쥬얼, 이런 쪽 복장과 그 정도의 산뜻함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아닉구딸 듀엘(아닉구딸 듀얼) 요약


[판매처/가격]

아닉구딸 매장 / 19만원

 

[연령대]

20대 중후반 ~ 무관

 

[성별, 남성적]

옷 잘입는, 캐쥬얼 좋아하는, 꾸밈없는 성격

 

[계절]

사계절

 

[지속력]

★★★(3.0/5.0)

 

[비슷한 느낌의 향수]

에르메스 보야지 데르메스 + (조금 더 비누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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