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 에르메스 보야지 데르메스(Voyage d`Hermes Hermes for women and men)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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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의 등골을 휘게 만들 에르메스 향수 2탄!
에르메스 보야지 데르메스는 2010년에 나온 제품이다. 조향사는 저번 포스팅에서도 소개했듯이 에르메스 전속 조향사인 쟝 끌로드 엘레나(Jean-Claude Ellena)라는 분이다.
에르메스 보야지 데르메스는 공용향수를 컨셉으로 나왔다고는 하는데,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남성향수로 많이 분류가 된다. 혹은 여성분들이 ‘내 남자에게서 났으면 하는 향’ 하면서 본인들이 직접 뿌리면서 자기 만족을 하기도 하신다. 그리고 바틀이 굉장히 특이한 걸 알 수 있는데 향수가 들어 있는 유리가 빙글빙글 돌아간다. 덕분에 향수를 똑바로 세워놓을 수도 있고, 거꾸로 뒤집어 놓을 수도 있다. 게다가 향수가 리필도 가능하다고 하니~ 다시 리필을 할 때는 저렴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저렴할지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이 안된 추측입니다.) 어쨌든 에르메스 보야지 데르메스의 공식 홍보 영상(약40초)를 링크 시켜 놨는데, 참고로 말이 달리는 모습과 음악이 꽤나 멋진 것 같다.
그렇다면 에르메스 보야지 데르메스의 향기는 어떨까?
향기
탑 노트 : 아말피 레몬, 향신료, 카다몸 미들 노트 : 홍차, 플로럴 노트, 그린 노트 베이스 노트 : 우디 노트, 머스크 |
에르메스 보야지 데르메스를 뿌리면 처음엔 레몬냄새가 난다. 그런데 이 레몬냄새가 기존의 레몬 냄새와는 종류가 다른 것 같다. 인도의 향신료를 듬뿍 뿌린 레몬이라고 해야되나? 그런 느낌이다. 되게 이국적인 레몬 냄새가 난다. 향신료 냄새를 다른 사물에 비유하면 생강의 매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레몬과 생강이 합쳐진 냄새가 묘하게 남성적이다. 그래서 그런지 레몬 냄새가 남에도 불구하고 달달하다, 새큼하다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약간 가죽 계통의 냄새라고 할까? 빛 바랜 가죽재킷에서 은근히 풍겨 나오는 그 특유의 기름진 냄새가 남성적으로 난다. 이렇게 남성적인 향과 향신료를 품은 레몬 냄새가 어울려서 굉장히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혹은 카페베네의 레몬티랑 조금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왜 커피 전문점에서 파는 레몬티는 이상하게 레몬을 물 잔뜩 붓고 우려낸 것 같은 그 특유의 느낌 있지 않은가? 그 느낌과 묘하게 닮아 있다. 만약 에르메스 보야지 데르메스의 탑 노트가 차로 나온다면 레몬이 둥둥 떠 있지만 액체는 진한 갈색 빛, 혹은 어두운 노란색을 띄었을 것 같다. 착향된 향은 레몬 냄새가 좀 더 주황빛을 띄고 다가온다.
에르메스 보야지 데르메스의 탑 노트는 『향신료 품은 조금 매운 레몬 + 생강 우려낸 국물 + 기름 냄새』
시간이 조금 지난 에르메스 보야지 데르메스는 초반의 레몬 냄새가 많이 흐릿해진다. 대신에 초반에 느껴졌던 그 특유의 생강 우려낸 것 같은 진한 차의 느낌이 조금 더 심해진다. 예쁜 머그컵에 진한 붉은 빛의 액체가 곱게 담겨 있는 차가 생각난다. 향기에서
풍겨 나오는 분위기는 꽤 따뜻한 것 같다. 한겨울에 친구집에 놀러갔더니 어머니가 컵에다가 따뜻한 차를
담아서 내오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며 두 손으로 꼭 잡고 호호 불며 먹는 그런 장면이 생각난다. 머그컵으로 전해져 오는 특유의 따뜻함과 묘하게 닮아있다. 그렇다고
향기가 자상한 건 아니다. 고급스럽고 세련된 우아함 이라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다. 계절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서 낙엽이 막 떨어질 때가 생각난다. 인터넷을
돌아다녀 보니 오렌지 향이라고 설명을 해주신 분도 있는데, 개인적인 의견으로 오렌지 향기와는 거리가
좀 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표현하는 이유는 어느 정도 공감이 된다. 특유의 차 우려낸 듯한 느낌과, 희미해진 레몬, 그리고 자꾸 낙엽의 바스락 거리는 느낌이 섞여서
전체적으로 ‘주황색’이 어느정도 생각나긴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렌지 냄새는 아니다. 오히려 가죽으로 만들어진 시트라고
하면 어느 정도 더 근접한 것 같기도 하다.
[Update]
14/01/16 : 막 나온 향수 일 수록 오렌지 냄새가 강합니다. 시간이 지나서 숙성이 될 수록 오렌지 냄새가 약해집니다. 오렌지와 레몬의 상큼함이 새것일 수록 강합니다.
에르메스 보야지 데르메스의 미들노트는 『희미해진 레몬 + 홍차 + 고급스럽고 세련됨 + 낙엽 진 나무』
시간이 좀 더 지나 베이스 노트로 들어가면 홍차를 여러번 재탕해서 맛이 좀 희미해진 느낌이 든다. 탑,미들노트때는 그래도 레몬 냄새가 어느정도 자리를 잡고 자기 지분을 주장했는데, 베이스 노트에서는 물 증발하듯 사라져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향기가 상당히 부드럽고 포근해진다. 그리고 신기한 점이 하나 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특유의 새큼? 상큼한 신 냄새다. 코를 톡톡- 혹은 찌르르- 하고 찌르는 에르메스 보야지 데르메스 특유의 냄새가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한테 각인도 엄청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엄밀히 말하면 나무 냄새는 아닌데, 계속 갈색의 나무, 혹은 나무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냄새가 난다. 한 여름 보다는 낙엽이 지고 떨어지는 가을나무의 느낌이다. 좀 더 자세히 묘사해보면 나뭇잎 다 떨어진 앙상한 나무가 아니라, 한껏 물 오른 단풍이 지나고 겨울을 준비하는, 살짝 외로움을 동반한 나무의 느낌이라고 할까? 만약 나무가 살아 있다면 '아 이제 춥네'라고 말하면서 목도리를 꺼내서 두를 것만 같다.
에르메스 보야지 데르메스의 베이스노트는 『부드러움 + 잔잔함 + 희미해진 홍차』
에르메스 보야지 데르메스의 상황극은 이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10월 중순이 넘은 적당히 쌀쌀한 날씨의 오후
집 밖을 나가면 겨울이란 단어가 서서히 머릿속에 떠오르게 되는 날
에르메스 보야지 데르메스와 그의 여자친구가 단풍이 잔뜩 피어 있는 길을 걷고 있다. 에르메스 보야지 데르메스는 어두운 갈색의 머리를 하고 있고, 길게 떨어져 내려오는 가디건을 걸치고 있다. 전체적으로 깔끔하면서, 세련된 옷을 입고 있다. 그런데 바람이 조금 강하게 불어서 그럴까, 여자친구가 몸을 잔뜩 웅크리며 말한다.
“오빠 나 추워”
그런 여자친구를 한번 흘낏 본 에르메스 보야지 데르메스가 살짝 귀찮다는 투로 말한다.
“나도 추워”
그리곤 끝이다. 여자친구에게 가디건을 가벼운 옷을 벗어서 걸쳐주거나, 한 번 물어볼 만도 하건만 그는 전혀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여자친구는 체념한 듯 하면서도 살짝 토라진 것 같은 복잡 미묘한 얼굴을 하고 있다. 살짝 추측을 해보면 ‘네 놈이 그렇지 뭐’ 라는 표정이라고 할까? 그러자 에르메스 보야지 데르메스가 걸음을 살짝 늦추더니 여자친구를 뒤에서 꽉 안는다. 은근히 큰 키 때문에 그가 살짝 구부정하니 상체를 살짝 숙인 모습이다. 그리곤 살며시 미소 지으며 입을 연다.
“이게 더 따듯하겠다”
여자친구의 얼굴을 가만 보니 싫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만족한 표정도 아니다. 잠깐 동안 그렇게 멈춰서 안겨 있던 여자친구가 이제 가야겠다는 듯 앞으로 뒤뚱뒤뚱 걷기 시작한다. 그제서야 에르메스 보야지 데르메스가 안고 있던 팔을 풀고 옆으로 바짝 붙어서 어깨를 감싸고 걷기 시작했다. 바람이 다시 불어 오고 낙엽이 스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길 위로 마구마구 떨어진다. 갈색, 주황색, 노랑색으로 색색들이 물든 나무가 일렬로 주루룩 서 있는 장면이 가히 장관이다. 길 위에 떨어져 있는 낙엽은 생명을 잃어서 바싹 마른 것들도 있고, 막 떨어져서 아직 색을 가지고 있는 것들도 있다. 그렇게 바닥에 떨어져 있던 낙엽을 보고 있던 여자친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낙엽도 춥지 말라고 저렇게 서로 덮어주는데, 오빠는 뭐야”
“...아직도 삐졌어?”
“안 삐졌어” 라고 말하는 그녀 표정을 보니 돌려 말하는 것 같진 않다. 다만 이게 삐질 만한 일인가 아닌가를 고민하는 표정 같다. 삐지기엔 너무 사소하고, 그냥 넘어가기엔 그냥 뭔가 살짝 속상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내 너무 사소하다고 결론 지은 듯한 여자친구가 다시 입을 연다.
“나 갑자기 궁금한게 생겼어”
“뭔데?”
잠시 멈칫거리던 그녀가, 에르메스 보야지 데르메스의 앞으로 가더니 그의 눈을 빤히 바라보며 말한다.
“오빠는 나 얼마만큼 소중해?”
질문을 받은 에르메스 보야지 데르메스는 특유의 개구진 표정을 짓더니 이내 방긋 웃으며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으며 나직하지만 분명한 말투로 말했다.
“나보다 더”
결론
에르메스 보야지 데르메스는 가을~겨울이 생각나는 향수다. 지금까지 포스팅 하면서 이렇게 가을이 생각난 적이 없었다.
남자가 쓰면 부드럽고, 세련되고, 멋지단 느낌이 들 것 같고 여자가 쓰면 중성적이면서 능력있는 커리어 우먼의 느낌으로 표현이 될 것 같다.
달리 말하면 말하면 여자들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향기이지만 남자가 사용하면 정말 멋있을 것 같은 향수다.
츄리닝,후드티 같은 복장에는 안 어울리고, 그 외의 모든 복장에는 잘 어울릴 것 같다.
에르메스 보야지 데르메스 사용 연령대는 20대 중반 이후 부터 50대 아버님들까지 두루두루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지속력이 조금 짧은 것 같아서 아쉽다.
마지막으로 에르메스 보야지 데르메스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에르메스 브랜드가 이 향수로 재미를 본 이유가 이해가 가네요. 향 자체의 퀄리티가 상당히 좋은 것 같습니다. 품격있게 세련된 남성미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할까요. 그렇지만 결코 평범하거나 싸구려 스럽지 않은, Special 이란 표현보단 Different 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향수입니다. 향기를 맡을때 눈이 부릅떠지는 놀라움 보다는, 계속 코를 박고서 킁킁대고 싶은 쪽에 가까운 것 같네요』
PS)
1. 오래기다리셨죠!(그렇다고 믿을게요) 바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생각할 일이 조금 많아서 늦었네요. 핑계일까요? 하하... 더 분발하도록 하겠습니다. ^^
2. 오랜만에 상황극에서 '오글거림 스킬'을 시전했습니다. 생각보다 꽤 많은 분들이 상황극에서 향수의 분위기를 잡으시는 것 같더라구요. 향수를 포스팅 하다보면 상황극의 이미지가 빨리 그려지는게 있고, 이미지가 안나오는게 있는데, 에르메스 보야지 데르메스는 이미지가 마구마구 떠올라줘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 그리고 다시 독자님들로 꾸며보는 짧은 이미지, 취향으로 보는 매칭은
ZeTPer님이 평상시에 쓰는 향수랑, 취향을 고려하면 99% 마음에 들어하실 것 같습니다.
갈루아님도 마음에 들어하시고, 잘 소화하실 것 같은데 이미 많이 지르셔서...OTL
3. 『366일 향기나는 블로그』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편하게 쉬다 가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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