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향수/Casual

[남자향수] 마크제이콥스 맨 솔직후기

366일 2014. 1. 5. 01:00

향수 : 마크제이콥스 맨(Marc Jacobs Men Marc Jacobs for men)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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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제이콥스 향수 3!

마크제이콥스의 남성향수는 처음 소개해드리는 것 같아서 살짝 떨리기도 한다. 그 동안 요청이 간간히 들어오긴 했는데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유명하지 않은 편이다. 마크제이콥스 맨은 우디 플로럴 머스크를 컨셉나왔으며 런칭년도는 2002년이다. 2002년! 왠지 엄청난 기운이 들어있을 것 같지 않은가? 조향사는 Ralf Schwieger(랄플 슈바이거라는 조금 생소한 분일 수 있는데 사실은 에르메스프레데릭 말 등등 다양한 곳에서 일하셨고, 조향계의 떠오르는 스타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사실 마크제이콥스의 여성향수는 데이지를 포함하여 그 특유의... 여자 분내음이라고 해야하나? 뭔가 파우더리한 느낌이 공통적으로 있는데, 남성향수는 느낌이 완전 다르다. 이렇게 말하면 슬슬 궁금해지실 때가 됐는데...^^



여성향수와는 확실 다른 마크제이콥스 맨의 향기는 어떨까?

 

향기

 마크제이콥스 맨 Perfume Pyramid

탑 노트 : 사이프러스베르가못카다멈커민생강

미들 노트 : 무화과 잎, 장미, 시클라멘, 워터 노트

베이스 노트 : 통카빈, 파츌리, 오크모스, 시더


(마크제이콥스 맨은 시향지에서 나는 향기가 거의 단일노트 같은 느낌이 있어서, 착향 된 향기 위주로 설명하겠습니다.)

 

마크제이콥스 맨을 뿌리면 무화과 잎 냄새와 함께 약간 꼬릿꼬릿한 냄새가 난다. 시향지에서는 이 특유의 꼬릿한 냄새가 느껴지지 않아서 굉장히 오랜 시간, 여러 번 테스트를 해봤는데 살에서는 항상 났으니 집고 넘어가는 게 맞을 것 같다. 마크제이콥스 맨의 무화과 향은 청초한 풀 냄새에 깻잎의 쌉싸름함이 섞인듯한 복잡하면서 약간 담백한 느낌의 향기에 가깝다. 예전에 포스팅 했었던 딥디크 필로시코스가 무화과 향기에, 열매, 야자열매를 섞어서 과육의 미끌미끌함이 존재했던 것 과는 대비된다. 다시 돌아와서, 특유의 꼬릿한 냄새를 설명하자면 흙이 잔뜩 묻어 있는 무화과 잎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약간 축축하고, 검정빛에 가까운 땅을 뚫고 올라오는 장면이 생각난다. 왜 그런 땅 있지 않은가? 정말 새카매서 손으로 한번 파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명체가 잔뜩 나올 것 같은 흙, 딱 그런 흙에서 날 법한 꼬릿함이다. 자꾸 꼬릿하다라는 단어를 써서 구린내라고 받아들이실 수 있는데, 향기가 역겹다거나, 구리다는 뜻은 아니다. 재밌는 점은 시향지에서는 이 특유의 복잡한 향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고 굉장히 잎사귀 냄새만 난다는 사실

 

시간이 살짝 지나면 특유의 꼬릿했던 냄새가 살짝 물기 있는 흙 냄새로 변한다. 흙의 색깔은 역시 검은색이 생각나며, 바싹 마른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축축하다고 표현하기엔 적합하지 않고, 물을 잔뜩 머금었다가 거의 다 말라서 살짝 수분감이 있는 흙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그리고 향기의 질감이 굉장히 잔잔하고 부드러운데 질 좋은 옷감 같은 것이 아니라 잔잔한 녹차의 표면을 보는 것 같은 부드러움이다. 초반에는 확실히 시원한 향기가 넓게 탁- 퍼지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숲과 흙이 함께 어우러진 듯한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장면 묘사를 해보면 울창한 침엽수림에 높은 곳에서 큰 열매가 바닥으로 -‘하고 떨어졌을 때 근처에 있던 개미들이 놀라서 도망가고, 나무에서 울고 있던 새는 쳐다보고, 흙은 부드럽게 파이면서 순식간에 공기중으로 번져 오는 상황이 생각난다.

 

마크제이콥스 맨의 ( + 미들)노트는 『무화과 잎 + 살짝 젖은 검은 흙 + 쌉싸름함 + 부드러움 + 알싸함

 



시간이 조금 더 지난 마크제이콥스 맨은 향기의 색깔이 많이 변화한다. 분명 초반에는 무화과 잎, 젖어 있는 흙, 등의 약간 녹색계통의 이미지가 떠올랐는데 미들 노트 중반부터는 조금 더 갈색 빛을 띈다. 여전히 무화과 잎 냄새는 전체적인 아웃라인을 그려주고 있지만 안에서 차오르는 새 향기들이 흙 냄새, 나무 냄새, 짙은 갈색 안개 등 살짝 우디(woody)스러운 느낌으로 바뀐다., 우디라 하면 나무,흙 냄새가 강하게 나는 건가요?’ 라고 물어보신다면 아니요, 흙 냄새라고 단정짓기 힘들구요. 대지의 기운이 스르르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정도로 대답해 드리고 싶다. 무화과 잎 특유의 생명력과 대지의 기운(?)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잘 섞여 있어서, 굉장히 깨끗하면서 살짝 비누 향 같은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 푸르른 녹색 잎으로 비누를 만들고, 영양가가 가득한 토지에서 자란 나무를 한 군데 모아놓은 것 같은 향기. 재밌는 사실은 시향지에서는 이 미들 노트 중반부터 느껴지는 특유의 우디스럽고 비누같은 복합적인 향기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도대체 왜 시향지 에서는 계속 푸르른 무화과 잎사귀들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일까?

다시 돌아와서, 시간이 더 지난 마크제이콥스 맨의 향기는 더 부드럽고, 깔끔해지지만 여전히 향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나무같)Woody + (비누같은)Soapy 을 잘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언급하진 않았는데, 탑,미들,베이스 노트를 관통하는 알싸하게 매운 향기가 있다. 맵다 라고 표현하기엔 부족하고 만약 깻잎에서 매운맛이 난다면 딱 그 정도일 것 같은 느낌?  

 

마크제이콥스 맨의 (미들+베이스)노트는 『무화과 잎 + 나무 같은 +  + 비누 + 알싸함

 


마크제이콥스 맨의 상황극은 이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따듯한 햇살이 비치는 한적한 공원-

짙은 녹색으로 생명력을 뿜어내는 나무들이 시원하게 뻗어있고, 그 가운데 최고급 스포츠카가 여유 있게 주차되어 있다. 그리고 바로 옆 흙 바닥 위에 마크제이콥스 맨이 하늘을 바라보며 굉장히 편안하게 누워 있고 그런 그를 여자친구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 보고 있다.

 

"오빠 흙 바닥 위에 누우면 옷 다 망가져"

 

"괜찮아~" 라고 말하며 햇살을 온몸 가득 느끼는 그의 표정이 너무 편안하다. 자세히 보니 염색한 머리가 햇빛에 반사돼 금색으로 환하게 빛나는데 동화 속의 왕자님 같다. 게다가 얼굴은 잡티 하나 없이 깨끗했으며 유연한 곡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얼굴선 에서 특유의 자유분방함이 느껴진다. 값비싼 옷을 입은 채 흙 바닥을 뒹구는 그가 신기했던지 여자친구가 굉장히 궁금한 말투로 물어 본다.

 

"항상 궁금했는데, 그렇게 비싼 옷을 왜 함부로 굴려? 사업은 엄청 열심히 하면서"

 

마크제이콥스 맨은 딱히 고민하지도 않고 심드렁 하게 대답했다.

 

"돈으로 살 수 있잖아."

 

동문서답 같은 대답이 만족스럽지 않았는지 여자친구의 표정이 이내 새초롬 해지며 반발심이 튕겨져 나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

 

"... 세상에 돈으로 못사는게 어딨어."

 

살짝 비꼬는 듯한 말투에 빈정 상했을 만도 하지만 마크제이콥스 맨은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듯 굉장히 쾌활하게 입을 연다.

 

"엄청 많은데우선 저기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

 

"저건 널리고 널렸잖아"

 

"널리고 널렸다라..." 라고 작게 되 뇌이며 부스스 하게 일어나는 그의 눈빛에 살짝 짜증이 차 올랐지만 여자친구는 '여기서 질문을 멈추면 내가 지는 거야' 라는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또?"

 

"한정된 시간"

 

반박하긴 힘들었지만 너무 진부한 대답이었는지 그녀는 애매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그런 반응을 보며 마크제이콥스 맨은 사람 좋은 웃음만 짓고 있다그렇게 잠시 정적의 시간이 흐르고 여자친구가 지루한 표정을 지으려던 순간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시간 자체는 그냥 흘러 버려서 아무런 의미도 없지만"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의 대답에 그녀의 눈이 호기심 반, 기대감 반으로 반짝였고 마크제이콥스 맨은 그런 그녀를 꼭 안으며 마저 입을 열었다.

 

"내 의미 없는 시간을 네가 가치 있게 만들어줘, 고마워 앞으로도 잘 부탁해"


 

결론

마크제이콥스 맨은 우선 기존의 남성향수와는 분명히 차별되는 향기를 가지고 있다. 고전적인 남성다움의 분위기만 살짝 가져온 후 부드럽고, 세련되고, 자연친화적인 느낌을 첨가한 향수다.

연령대는 딱히 상관 없을 것 같고 복장도 상관은 없을 것 같은데, 깔끔한 느낌이면 어떤 것이든 좋을 것 같다.

지속력은 평범한데 확산력이 조금 약하고 향이 은은한 느낌이 있어서 2~3시간 정도가 되면 다른 사람들은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너무 아쉬워 하지 않으셔도 되는것이 마크제이콥스 맨은 많이 뿌려도 향기가 딱히 진해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아서 수시로 편하게 뿌리셔도 괜찮을 것 같다.

그 동안 고전적인 남성의 이미지를 표현한 향들이 조금 질리셨거나, 소다같이 달달하고 상큼한 향에서 다른 느낌을 연출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적합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마크제이콥스 맨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습니다. 심지어 시향지에 뿌렸을 때는 딥티크 필로시코스의 짭퉁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실사용을 하면서 오랜 시간 이 녀석을 안고 다닌 후로 생각이 바뀌더군요. 굉장히 깔끔하고, 고급스럽고, 부담스럽지 않으며, 개성있는 좋은 향수라고 말이죠.

 

PS)

1. 마크제이콥스 맨은 국내에서 아직 많이 알려진 향수가 아니라 희귀한 축에 속하는데 포스팅이 되는순간 천천히 국민향수로 변해 가겠죠...? 


2. 신년인사 후폭풍이 조금 크더군요....ㅋㅋ 조금 퍼져 있다가 포스팅이 살짝 늦었네요. 그래도 독자님들은 이해해 주시리라 믿고 ^^


3.366일 향기나는 블로그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편하게 쉬다 가세요 ( ⁿ_ⁿ)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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