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쥬(Eclat d`Arpege Lanvin for women)
소개
드디어 소개해 드리게 되었다. 한국의 국민향수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쥬!
이미 상당히 많은 독자님들이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쥬를 경험해 보셨으리라 생각된다. 많은 경우에 선물로 받거나, 처음으로 사용했던 향수가 아닐까? 독자님들의 추억이 많이 서려 있을 것 같아서 포스팅한다고 결심하기가 조금 힘들었는데, 더 많은 독자님들의 생각도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하자고 마음먹게 되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키워드 '향수' 검색시 네이버 순위)
한국에서 이 향수 인기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높은 것 같다. 사실 이것만 보면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쥬가 세계를 제패했다는 느낌마저 들지만 실제로는 서양보다 동양에서 인정을 받는 향수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반면 서양에서는 그렇게 큰 인기가 있는 것 같진 않기 때문이다. 물론 향에 대한 평은 서양에서도 꽤 좋은 편이다. 왜 그럴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쥬 특유의 넘치지 않는 느낌이 동양의 감성과 잘 어울리기 때문일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넘치지 않는 향수,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쥬의 향기는 어떨까?
향기
탑 노트 : 그린 라일락, 페티그레인 미들 노트 : 피치 블라썸, 위스티리어(등나무), 레드 피오니, 녹차, 차이나 오스만투스 베이스 노트 : 앰버, 머스크, 시더 |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쥬의 첫 냄새는 시원하고 달달한 과일 + 꽃이다. 새로 산 유리컵에 시원한 얼음물을 붓고서 라일락 꽃잎을 둥둥 띄웠을 때 날 것 같다. 비슷한 과일로는 복숭아가 생각나고 딱 그러한 당도가 느껴지는데 순수한 복숭아는 아니고 약간 포도 스럽다고 할까? 복숭아 냄새가 나는데 포도의 새큼함 까지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부담스럽거나 진하진 않다. 적당히 달달하고, 크림처럼 부드러우면서 시원한 라일락이 생각나는 정도다. ‘나 향수 뿌렸어 좋지?’ 라고 물어봤을 때 ‘응 괜찮네, 향수 뭐야?’ 라고 반응할 정도의 향기인 것 같다. 사람의 성격으로 비유하면 '자상하다, 인내심이 많다, 침착하다' 이런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고 '귀엽다, 활발하다, 사교성이 좋다, 예쁘다' 가 어울린다. 향기의 무게감은 생각보다 가볍지만, 확실히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는 느낌은 있다. 여름에도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다고 시원한 바람 이 생각나는 가벼운 향수는 아니다. 시원하게 진하다 라고 표현하면 적당할 것 같다.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쥬의 탑 노트는 『시원한 얼음물에 띄운 라일락 꽃 + 복숭아 + 상큼함』
시간이 지난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쥬는 조금 더 달달해진다. 라일락 꽃을 사탕으로 만들고 복숭아 향을 첨가시키면 이런 느낌일 것 같다. 그리고 랑방 향수 특유의 각인되는 느낌이 두드러지기 시작한다.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쥬 같은 경우에는 상큼하면서 새큼한 느낌이 미들노트에 들어와서 조금 더 강해지는데, 이게 묘하게 정체성이 확고하다. 부드러움과 달달함이 설탕을 몇 스푼 넣은 따뜻한 우유와 비슷한데 확실히 달달한 꽃 향기가 난다. 랑방 메리미에서도 느꼈던 그 특유의… 과일의 새큼함 같은데 과일향기는 아니고, 코에는 확확 꽂히는 무언가가 있다. 그리고 향의 색깔이 투명해진다. 투명하다 라는 표현이 너무 애매하니까 자세히 설명하자면 탑 노트에서는 연보라색이 가볍게 떠서 하늘을 날아다닌 느낌이었다. 반면 지금은 눈에 볼 수 있는 높이로 내려와서 슬그머니 움직이는 것 같고 연보라색이 많이 투명해진다. 어쨌든 전체적으로는 굉장히 다양하고 복잡한 꽃 과일 냄새다.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쥬의 미들 노트는 『복숭아 + 달달함 + 상큼함 + 복합적인 꽃』
베이스 노트로 들어온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쥬의 향 변화는 그렇게 크지 않다. 솔직하게 말하면 탑 노트부터 베이스 노트까지 향의 변화가 그렇게 크지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연보라색이 관통하는 특유의 꽃내음과, 복숭아와 달달함이 시원하게 섞인 밸런스는 그대로 유지가 된다. 다만, 베이스 노트에서는 조금 더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강해진다. 신기한건 특유의 새큼함은 향이 없어지는 그 순간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존재감을 어필한다. '내 숨이 끊어지기 전 까지 난 존재하오!' 라면서 외치는 느낌이라고 할까, 이 콧대 높은 녀석 덕분에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쥬를 뿌리고 밖으로 다니면 사람들이 '향수 뿌렸네?' 라면서 인지를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쥬의 베이스 노트는 『부드러움 + 상큼함 + 복합적인 꽃』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쥬의 상황극은 이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이번역은 366일- 366일 역입니다. This stop is, 366 days, You may exit on the right….’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366일 역, 환승역이라 그런지 낮 밤을 가리지 않고 늘 사람이 많다. 그래서 그럴까? 수 많은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만나볼 수 있는 이 역이, 나는 좋았다.
치이이익-
지하철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여고생 무리가 우루루 타기 시작했다. 오늘은 어떤 인생을 마주 볼 수 있을까 하는 미묘한 기대감에 빠져있는 찰나 눈에 띄는 예쁜 여학생이 보였다. 학생증을 목에 걸고 있는데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쥬’ 라고 큼지막하니 적혀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내 옆자리를 향해 걸어오는 얼굴에 드러나는 해방감을 보아하니 수능을 끝마친 수험생 같다. 교복은 상당히 단정하게 입었다. 치마길이는 딱 무릎 위의 선에서 멈춰 있었으며, 염색도 하지 않았다. 화장은 기초화장을 한 것 같은데 요즘 학생들 치고는 상당히 양호한 것 같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니 얼굴형은 동양적인데 전체적인 이미지는 상당히 서구적이다. 야무짐과 단아함, 그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예쁜 얼굴이다.
‘좀 더 크면 상당히 미인이 되겠는데’ 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찰나 내 앞에 잠깐 멈춰선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쥬가 나를 한번 흘깃 보더니 옆자리에 조심히 앉았다. 부드럽게 쏟아져 내리는 검은 머릿결 뒤로 샴푸냄새인지, 향수냄새인지 분간이 힘든 상큼함이 전해져 온다. 그런데 그 상큼함과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쥬의 분위기가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한 번 더 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고 할까?
치이이익-
하며 문이 닫히고, 기분 좋은 흔들림과 함께 지하철이 출발하자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쥬가 서둘러서 핸드폰을 꺼냈다. 이전과 다른 다급함이 느껴져서 ‘무슨 일이지?’ 라는 호기심에 곁눈질로 슬쩍 봤더니 전화번호부를 검색하고 있다. 하지만 핸드폰은 프라이버시의 상징이 된 지 오래, 나는 현대인의 무관심으로 눈을 감으며 나만의 세계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그때 톤은 높지만 음색이 상당히 깨끗한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쥬의 통화 목소리가 들렸다.
“야야야! 완전 대~박 사건 터졌어!”
‘대박 사건?’ 이라는 생각이 내 고요한 명상을 깨자마자 그녀의 통화가 바로 이어서 들려왔다.
“있잖아... 나 받았다!”
‘…뭘까?’
“고백 받았어~! 나 지금 완전 떨려~~ 아 떨려, 떨려, 떨려~~!”
처음으로 받은 고백 이었을까? 필터링 없이 날 것으로 뿜어져 나오는 그녀의 감정이 깨끗하고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예쁜 순수함에 '나도 저럴때가 있었는데' 라며 지나버린 시간에 대한 아쉬움을 상기시켜줬지만 그런 씁쓸함도 잠시, 오히려 그녀의 그런 순수함이 세월에 찌들어 버린 나를 정화시키며 이유 모를 벅찬 감동을 주기 시작했다. 세월 속에 이리저리 깎여서 무뎌진 내 마음에 한 줄기 희망이 생기는 것만 같다. 그래서 였을까, 나도 모르게 가슴속에서 외침이 터져 나왔다.
'나도 다시 저런 사랑 할 수 있을까?'
결론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쥬는 향수에 입문하는 사람이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왜냐면 달달함, 상큼함이 정도를 지키면서 예쁜 느낌으로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랑방 여자 향수 고유의 각인력도 있어서 이걸 뿌리고 다니면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제법 좋게 나올 것 같다.(실제로도 그렇지만)
다만 국민향수라고 해서 너무 기대를 하고 맡았다가는 약간 실망 하게 되실 수도 있다. 왜냐면 분명히 좋은 향기인데 이게 또 그렇게 확 특별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바디워시나 핸드크림에서도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은 향기다. 좋다 나쁘다의 여부를 떠나서 딱 '평범하게 예쁜' 느낌?
사용 연령대는 10대 후반~ 20대 초중반이 어울릴 것 같다. 소녀에서 여인의 경계선, 그 사이에 있는 성숙함이 있기 때문이다.
평소 달달한 향수를 싫어하셨더라고 하더라도,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쥬 정도의 달달함은 소화를 하실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쥬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딱히 특별하지 않아서 특별해지는 향수라고 생각합니다. 어디 한구석 모난 곳 없이 잘 커줘서, 그냥 그게 고마운 느낌이라고 할까요? 향수를 많이 경험해보신 분들에겐 심심하단 생각이 들 수 있을 것 같지만, 향수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분명히 계시니까요.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쥬는 그런 분들에게 특별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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