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향수/Mature

[여자향수] 샤넬 넘버5 EDP 솔직후기

366일 2015. 3. 24.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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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 샤넬 No.5 오드퍼퓸(Chanel N°5for women)

 

소개



드디어 샤넬 향수의 대표적 상징, 샤넬 넘버5(샤넬No.5)를 소개해 드리게 되었다. 사실, 샤넬 향수의 대표작이라기 보단 현대적 합성향료의 시작이자 선구자라고 봐도 될 것 같다. 향의 호불호를 떠나서 샤넬 넘버5가 가지는 상징성 만으로도 향수계에선 정말 굉장한 획을 그었기 때문이다. 마릴린 먼로가 자기 전엔 샤넬 넘버5 몇 방울만 뿌리고 자요라는 은근한 누드를 알리는 멘트를 남기면서 더 유명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된 2분30초 짜리 아주 멋진 영상을 링크시켜 놓을테니 나중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보셔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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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알데하이드 계열이자, 굉장히 복잡하고 우아한 향취로 알려진 샤넬 넘버5의 향기는 어떨까?

 

 

향기

탑 노트 ㅣ알데하이드,네롤리, 일랑일랑,베르가못,레몬

미들 노트 ㅣ 아이리스,오리스뿌리,쟈스민,은방울꽃,로즈

베이스 노트 ㅣ 앰버,샌달우드,파츌리,머스크,사향고양이, 바닐라,오크모스,베티버


 

샤넬 넘버5 /미들 노트

 

샤넬 넘버5를 뿌리면 굉장히 강렬한 향기가 올라온다. 향수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독하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진한 갈색 빛의 여자 화장품 냄새라고 할까? 백화점 1층 화장품 코너를 돌 때 느끼는 특유의 여성 화장품에서 나는 파우더리함 있지 않은가? 그걸 분홍색 파우더리함이라고 한다면, 분홍색의 여성스러움을 싹 제거하고 독한 갈색 위스키를 살짝 첨가한 듯한 느낌이다. 샤넬 넘버5를 사람으로 비유한다면 어떤 조용한 카페에 딱 봐도 잘 사는 느낌이 가득한 여성이 들어와서 약간 귀찮다는 듯 커피를 시키는 모습이 생각난다. 엄청 예쁘긴한데 뭔가 편안하고 정가는 얼굴이라기 보단, 접근하기 힘든 아우라가 느껴지는 인상일 것 같다. 샤넬 넘버5는 이렇게 강렬한 향기가 잠시 지속되다가 30분 정도가 지나면 굉장히 예상 밖의 움직임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베이비 파우더를 툭툭 쳤을 때 공기 중으로 흩뿌려지는 그러한 질감 있지 않은가? 그런 부드럽고 아이 같은 느낌의 향기가 슬며시 올라온다. 그래서 향기의 인상이 강렬한데 막 도드라지지 않고 되게 부드럽다. 아까 카페에 커피사러 온 그 당당한 여자가 마음 한 켠으로는 너무 외로워요. 누구 나 좀 안아주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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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넘버5 미들/베이스 노트

 

시간이 더 지난 샤넬 넘버5는 더 부드럽고 베이비 파우더 같은 질감이 올라온다. 초반에 느껴졌던 그 강렬한 도발적인 느낌은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굉장히 신기하다. 좀 더 자세히 향기를 살펴보면 페르시안 고양이가 목화 솜 한 움큼을 물고 막 흔들어서 찢을 때 올라오는 그 솜의 연기의 질감. 그리고 주인이 고양이를 혼내서 고양이가 도망가다가 옆에 위스키를 전시해 놓은 고동색 캐비닛을 엎었을 때 나무에 젖은 위스키, 그러한 달달함이 섞여서 난다. 굉장히 부드러운 꽃의 질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우디노트 + 견과류 특유의 달콤함이 같이 섞여 있고, 그러면서도 부드럽고 뽀송한 솜의 질감으로 여성성을 표현하는 복잡한 향기다. 자연계에 있는 향기는 아니고 순수하게 조향사가 창조한 향기라는 것이 그대로 드러난다. 미들 노트 이후의 샤넬 넘버5는 생각보다 그렇게 독하지 않다.

 

 


샤넬 넘버5의 상황극은 이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이것은 정말이지 지독한 차가움

 

내 앞에서 그렇게 표독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너, 아니 숨겨진 여자친구

 

샤넬 넘버5”

 

섹시한 여자, 귀여운 여자, 청순한 여자 남자가 가지고 있는 로망 그 어디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도도하고 당당한 여자

 

샤넬 넘버5”

 

내가 두 번이나 이름을 부르고 나서야 못 이기는 척 샤넬 넘버5의 고개가 위로 살짝 제껴진다. 남들에겐 그렇게 당당한 샤넬 넘버5가 내 앞에서는 한없이 여린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그럴까? 이제 막 30대 중반에 들어선 그녀는 여전히 아름답지만, 뭔가 털이 곤두서있는 외로운 고양이 같다. 외로운 고양이라잠시 생각에 빠져 있을 때, 그녀가 먼저 선수를 치고 들어왔다.

 

 어제 어디 갔다 왔어

 

어디 갔다 왔냐고? 나는 죄책감을 느낄만한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내가 한 것이라곤 그저 푹신한 쇼파에 앉아서 친구들과 밤새 수다를 떤 게 다다. 같이 몸을 부비며 살고 있지만, 숨겨진 연인이란 우리 사이에서도 내 외박이 문제가 되는 걸까? 문제 없다고 생각하지만 밤을 새고 들어왔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샤넬 넘버5는 내게 사과를 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주고 있다.

 

그냥 친구들 만나서 얘기하다 왔어

 

항상 그런 식이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것 같은 표정을 짓는 이유가 뭘까- 저렇게 예쁜 얼굴, 아름다운 몸매, 그리고 부모님으로부터 물려 받은 막대한 재산까지 있으면서-

 

그렇게 슬픈 표정을 짓는 이유가 뭘까

 

내 말을 들은 샤넬 넘버5가 대답 없이 고개를 떨군다. 사실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녀가 원하는 건 그냥 사랑일 뿐. 사랑 빼고 모든 걸 다 가진 그녀는, 세상 사람이 가장 부러워 하는 동경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리고 모든 것을 다 가진 자의 여유인지 샤넬 넘버5는 상대방이 가난하다고 해서 결코 자존심까지 뭉개버리는 법은 없다. 내 외박도 그렇지 않은가? 의심이 든다면 샤넬 넘버5는 그저 내게 흥신소를 붙이면 끝나는 일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고 끝까지 내 말을 들으려고 한다. 왜냐고? 사랑하는 사람은 믿음과 신뢰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나 어쩐다나- 이런 어린아이 같은 감정이라니

 

배가 불렀지

 

샤넬 넘버5는 결국 왈칵 눈물을 쏟으며 자리에 주저 앉았다. 어떻게 보면 한 없이 여린 여자... 그렇지만 딱히 달래주고 싶진 않다. 문 밖을 나서는 순간 이미 너는 모든 것을 가진 여자니까- 

 

 

 

결론


사실 결론은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유명세에 비해서 샤넬 넘버5가 많은 사람들, 최소한 한국에서 편하게 추천할 수 있는 향수는 아니기 때문이다. 호불호가 꽤 갈린다고 할까? 아시아 보다는 서양에서 확실히 인기가 더 많을 것 같다.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샤넬 넘버5가 갖는 상징성, 그리고 최초의 플로럴-알데하이드 라는 장르를 넓혀줬다는 점에서 점수를 많이 주고 싶다. 쉽게 말하면 예술성 점수가 높다. 하지만 향수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느껴지는 그러한 대중성 측면에서는 점수가 낮을 수도 있겠다. 2015년인 지금, 샤넬 넘버5는 뭔가 팡팡 뿌리고 싶다는 생각 보단 어디 집안 한구석 예쁜 곳에 모셔 놓고 싶은 엔틱한 느낌이 있는 것 같다. 하여 누군가에게 선물하기 전엔 꼭 시향해 보시길-!

 

 

샤넬 넘버5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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