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리뷰
펜할리곤스 루나
Penhaligon’s Luna for women
<사진출처 Emma Louise Layls 핀터레스트>
이번에는 펜할리곤스 향수의 최신상, 펜할리곤스 루나를 소개해드리게 되었다. 음… 솔직히 말씀드리면 펜할리곤스 향수들이 대체적으로 특유의 알싸한 파우더리함이라고 해야하나? 이것때문에 호불호가 조금 갈려서 독자님들께 향수추천을 해드릴때 자주 등장하던 브랜드는 아니었다. (베스트셀러 빼고) 왜냐면 큰맘먹고 향수 샀는데 반응이 안좋으면 기분이 정말 뭐 같은걸 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대한 검증된 녀석들을 해드리려고 하는데...! 이번에 펜할리곤스 향수를 특히 싫어하는 한 친구가 대뜸 이렇게 말하는게 아닌가?
“펜할리곤스 루나 맡아 봤어? 진짜 대박….”
솔직히 이 친구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부터 되게 궁금했다. 뭘까...! 뭘까...! 그래서 호기심이 생겨서 구해서 사용해본게 몇주전인데, 펜할리곤스 향수에 대한 나의 선입견을 부숴버리는 향수였다. 이렇게 오늘도 끊임없이 향수를 배워갑니다..^^ 펜할리곤스가 지금까지의 명성을 쌓아온게 괜한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펜할리곤스 루나의 향기는 어떨까?
펜할리곤스 루나의 향기
탑 노트 ㅣ 베르가못 오일, 레몬 프리모 오일, 오렌지 광귤 오일
미들 노트 ㅣ 로즈 어코드, 재스민 꽃잎 어코드, 쥬니퍼 베리 오일
베이스 노트 ㅣ 발삼 퍼, 앰버 그리스, 머스크
펜할리곤스 루나 TOP/MIDDEL NOTE
『귤과 꽃향기가 나는 블랙베리 스파클링 와인』
펜할리곤스 루나의 첫 향기는 블랙베리 색감이 감도는 고급와인에, 싱싱한 특제 귤껍질을 넣고서 탄산 기포를 확- 올려 놓은 것 같은 향기가 난다. 탄산 거품이 정신 없이 올라오는 블랙베리 색의 와인을 깨끗하고 우아한 글라스에 멋지게 따를때- 유리잔 사방을 맞고 튀어오르는 탄산같이 경쾌한 향기다. 그 모습이 아이같이 신난 나는 펜할리곤스 루나 라는 와인을 한모금 조심스럽게 입안에 담으면, 혀 안쪽부터 입안 가득 천천히 차오르는 당도와 산도가 매우 인상적이다. 그리고 와인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코 끝에서는 알콜냄새가 아닌 귤껍질 향기와 상큼한 꽃 향기가 계속해서 코를 간지럽힌다. 여기서 중요한건 펜할리곤스 루나라는 와인의 향기가 그렇다는 것이지, 팔목에서 계속해서 올라오는 그 향기의 분위기는 정말 스파클링한 와인 같다.
펜할리곤스 루나 MIDDLE/BASE NOTE
『초보자도 먹기 쉬운 와인맛 같은 흩어지는 밤하늘 꽃』
시간이 지난 펜할리곤스 루나는 향기가 조금 더 동화스럽고 로맨틱하게 바뀌는 것 같다. 혹시 독자님들 피터팬 아시는가? 거기 보면 팅커벨이 늦은 밤 몰래 주인공 집에 들어왔다 간 흔적으로 창문이 열리고, 그 열린 창문으로 노란색 볓이 보이는 장면이 있었던 것 같은데 딱 그 장면이 생각나는 향기다. 블랙베리의 담백하고 차분한 달콤함이 설레는 밤하늘을 연상시켜주고- 동시에 귤 껍질, 레몬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꽃이 어울려서 예쁘게 통통 튀는 모습이 밝게 빛나는 별을 떠올리게 한다. 제일 중요한건 답답하지 않고 깔끔한 듯- 상큼한듯- 의 중간에 위치한 와인 같은 깔끔한 향기가 이 모든걸 감싸면서 바람에 휘날리는 커튼을 연상시켜준다. (팅커벨이 왔다갔다는 흔적을 알 수 있는) 향기의 온도는 전체적으로 상큼함에도 불구하고 약간 차갑다.
묘사가 조금 동화스러운데, 펜할리곤스 루나의 분위기가 그래서 신기하다.
초보자도 먹기 쉬운 와인, 달, 피터팬
펜할리곤스 루나
조명이 내려앉는
눈빛
밤,
수 많은 연인들의 이야기가 생겼다 또 지워져간 시간.
“그럼 짠, 할까요?”
“...네”
술,
오늘은 더 화려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게 용기를 북돋아주기도 하고
“아… 쏟았어… 어떡해, 죄송해요”
별 것 아닌걸 큰 사건처럼 부풀려버리기도 하는 매개체.
그렇지만 그 모든걸 알면서도, 사실은 알고 있으니까 점점 더 펜할리곤스 루나에 취하는지도 모른다.
“괜찮습니다, 정말로”
그렇게 되면 상대방에 내뱉는 단어 하나하나가 신경쓰이기 시작하고
“정말 죄송해서… 어쩌지… 애써 집에 초대해주셨는데…”
상대방이 말하는 호흡 사이사이에서 오는 시그널을 캐치하고
“그럼… 저 샤워 좀 하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와도 될까요?”
은하수의 별빛을 닮은 그득한 눈망울로 공간을 채워서,
책임감이라는 단어를 둘 사이에서 밀어내고
“…네”
눈을 뜨면 이 동화가 끝나버릴지도 모르겠다는 불안함과 함께,
성인이 되기 싫은 피터팬처럼 펜할리곤스 루나로 조금 흠뻑 취해 들어간다.
결론
펜할리곤스 루나는 흥행에 성공한 인디음악같다.
대중에게 약간은 낯선, 그렇지만 과하지 않은 악기를 잘 섞어서- 대중음악이라는 홍수에서 싹 빠져나오고,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뮤지션이 추구하는 자기만의 로맨틱함을 담았는데 이게 데이트하는 성인남녀의 소개팅 자리에 안성맞춤인 느낌이라고 할까...!
적당히 먹기 좋고, 취하기 좋고, 즐기기 좋은 이 밸런스를 펜할리곤스는 다시 만들어낼 수 있을까? 어쨌든 평범한 향기를 찾는 사람도, 특별한 향기를 찾는 사람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이중성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성 정체성은 그 특유의 부드러운 향취 때문에 조금 더 여성쪽에 가까운 것 같다. 그렇지만 공감능력 좋은 섬세한 남성분들이라면 충분히 소화 가능할 정도로 중성적인 면도 있는 것 같다. 다만 펜할리곤스 루나를 이리저리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해보니까, 피부의 수분감(혹은 땀)의 상태에서 따라서 향기의 밸런스가 조금씩 차이가 많이 났다. 피부가 약간 건조하고 깨끗한 상태일수록 스파클링함이 강해지고, 피부가 젖어있을 수록 약간 젖은 풀이라고 해야하나...? 톤다운된 그린함이 강해지니까 자신의 피부상태를 꼭 체크해보면 좋을 것 같다. 평소 땀이 많이 나는 분들은 조금 피해주면 좋을 듯~!
펜할리곤스 루나 요약
[판매처]
백화점 라인 / 20만원대
[연령대]
20대 중후반 - 무관
[성별, 약간여성적]
차분한 듯 밝은 듯, 외향적인 듯 내성적인 듯, 청순한 듯 섹시한듯
[계절]
봄, 가을, 겨울
[지속력+확산력]
★★★☆(3.5/5.0)
[비슷한 느낌의 향수]
조말론 블랙베리 + 입생로랑 러브 인 어게인
디올 어딕트 시리즈 + 랑방 잔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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