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리뷰
에르메스 떼르 데르메스 오 인텐스 베티버
Hermes Paris Terre D’hermes Eau Intense Vetiver
이번엔 꽤 몰래 숨겨두었던 남자 향수, 두둥…!
에르메스 떼르 데르메스 베티버 라는 제품을 들고 왔다. 에르메스 부티크에서 구입이 가능하며 2018년도에 새롭게 출시된 에르메스 떼르 데르메스의 새로운 플랭커 라인이다.
개인적으로 에르메스 떼르 데르메스의 완성도에 상당히 점수를 높게 주는 편인데, 가끔은 그 특유의 묵직한 송진나무와 달콤함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기는 했다. 한 여름에 쓰기는 조금 향기가 덥다고 할까…? 그래서 조금 더 밝고 경쾌한 향조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었는데 역시 에르메스 퍼퓸… 이렇게 멋진 녀석을 들고 올 줄이야.
에르메스 보야지 데르메스의 홍차 향기가 조금 가볍다고 느끼셨거나,
에르메스 떼르 데르메스의 묵직함이 조금 부담스러운 독자님들은 더 집중해서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에르메스 떼르 데르메스 오 인텐스 베티버의 향기는 어떨까?
에르메스 떼르 데르메스 오 인텐스 베티버 의 향기
탑 노트 ㅣ 오렌지, 자몽
미들 노트 ㅣ 시콴페퍼, 펠라르고뇸
베이스 노트 ㅣ 파츌리, 시더우드, 베티버, 벤조인
에르메스 떼르 데르메스 오 인텐스 베티버
탑 – 미들 노트
에르메스 떼르 데르메스 베티버의 첫 향기는 흙 바람이 부는 토네이도 사이를 뚫고 나온 스파클링한 자몽이 갑자기 하늘 가득 흩뿌려진 듯한 상큼+흙 냄새가 난다. 자몽의 경쾌한 산뜻함이 느껴지면서도 에르메스 떼르 데르메스 특유의 송진나무와 얽힌 베티버의 그윽하고 우디한 향취가 굉장히 멋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흙과 나무가 가득한 동산위로 쏟아지는 석양이 연상되는 적당한 향기의 온도, 무게감을 갖고 있는데, 오리지널 떼르 데르메스는 확실히 달고 묵직한 점잖은 송진나무 향기가 강했다면, 지금 리뷰하는 베티버는 더 밝고(Bright) 경쾌한 느낌의 베티버+자몽 향기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에르메스 떼르 데르메스 오 인텐스 베티버
미들 – 베이스 노트
시간이 지난 에르메스 떼르 데르메스 베티버는 해지는 석양이 가득 퍼진 갈대 숲과 흔들리는 송진 나무 자락들을 보는 것 같은 잔잔한 베티버 향기가 난다. 송진 나무 향기가 묵직하게 난다고 하기에는 흔들리는 석양 바람 사이로 사아악- 퍼지는 가벼운 흙 먼지와 갈대의 향기가 어울린 듯한 잔잔하고 자유분방한 선선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내가 앉아 있는 이 높은 동산 저 멀리 드넓게 펼쳐진 황야 위로 탄탄한 근육의 적토마가 입에 자몽을 물고서 신나게 뛰어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왠지 적토마의 말발굽이 닿는 대지의 흙 기운과 입에 물고 있는 산뜻한 자몽이 아주 멀리 떨어진 내게 까지 와서 잔잔하게 닿는 느낌의 향기, 딱 그러한 정도의 밸런스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에르메스 떼르 데르메스 오 인텐스 베티버
상황극
‘위험한 남자다’
그를 우연히 강의실에서 처음 만난 순간부터 느끼고 있었다. 여유로운 듯 항상 장난기 가득한 이 남자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변화시킬지도 모르겠다는 것을 말이다. 심지어 감출 수 없는 그의 매력과 외모는 이미 여학우들 사이에서 유명했는지 바람둥이라는 소문도 파다했다. 물론 그냥 뜬소문일 뿐이지만, 그래도 나는 그를 조금 멀리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어? 여기 있었네!”
그는 반가운 얼굴로 느긋하게 내게 손을 흔들었고 카페에 있는 다른 테이블의 여학생들이 흘깃- 우리 둘을 몰래 훔쳐보기 시작했다. 저 시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기에 나는 괜히 더 퉁명스럽게 밀쳐내듯 쏘아 붙였다.
“나 가야 돼, 비켜줄래?”
그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거리며 보란 듯이 성큼성큼 딱 두 발자국 만큼만 옆으로 비켰다. 분명히 피해주는 걸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품 안으로 깊게 걸어 들어온 것만 같은 이 느낌은 뭘까? 지금까지 만났던 또래 남학생들과는 차원이 다른 알 수 없는 묵직함에 묘한 감정이 든다. 마치 내 앞에 서서 뜨거운 눈빛으로 내 입술을 보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
‘별로야’
나는 괜히 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성큼성큼 그의 옆을 지나갔다. 그리고 그제서야 카페에 있던 수 많은 여학생들의 시선이 별거 아니네 라는 노관심으로 잔잔히 사그라드는 것이 느껴질 때쯤, 그가 나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나지막이 말했다.
“할 말 있었는데 아쉽네, 이따가 버스 정류장 앞에서 다시 만나자”
나는 속으로 ‘굳이?’ 라고 생각하며 “그럴 일은 없을 걸” 이라고 괜히 더 까칠하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번에는 왠지 내가 그를 이긴 듯한 전율감이 들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고, 카페 문 앞에서 구경하던 친구는 호기심 어린 얼굴로 그와 나를 번갈아 본다.
“저 놈이 뭐래?”
“이따가 정류장에서 보쟤”
“소문대로구만, 작업 거는거야, 신경 꺼”
“당연하지, 나도 관심없어”
친구는 그제서야 안심한 표정을 지으며 내 등을 두드리다가, 갑자기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는 눈빛으로 내게 “야… 아까 그 놈 좀 봐 바” 라고 말했고, 나는 괜히 더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면서 “아, 뭐 길래 그래” 라고 말하며 뒤를 돌아봤더니 글쎄, 그가 노트북이 잔뜩 들어 있는 내 가방을 손으로 들고서 소나무 같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거봐 뭐랬어, 내가 챙겨둘테니 이따 보자!"
결론
굉장히 친절하고 따뜻하지만, 그 따뜻한 배려 속에서도 뭔가의 냉철함 혹은 자유분방함이 느껴지는 향수인 것 같다. 뭐랄까… 에르메스 떼르 데르메스 베티버는 별 생각 없이 베푼 호의인데,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 사람이 워낙 매력적이니까 괜히 혼자서 착각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고 할까? 그것도 다 이 녀석이 잘생기고 멋져서 그런 것이겠지만
어쨌든 오리지널 에르메스 떼르 데르메스가 묵직한 송진 나무의 달콤함을 최대한 젠틀하고 신사적으로 풀어냈다면, 이번에 새롭게 출시한 베티버는 한 결 힘을 빼고 자유로운 석양의 바람에 온 몸을 맡기며 눈을 감고 있는 듯한 멋스러움이 있는 것 같다. 가만 맡다 보면 남자향수 여성 분들도 소화가 가능할 것 같다는 부드러움이 있지만, 향기의 전체적인 아우라는 확실히 남성적인 편이다. 연예인 강동원이 생각난다.
마지막으로 흙, 나무 냄새 좋아하시면 에르메스 남자 향수 3대장은 무조건 시향해보시면 좋을 것 같다. 이 향수들은 취향의 차이이지, 완성도의 차이가 아닌 것 같다.
1. 에르메스 떼르 데르메스
2. 에르메스 보야지 데르메스
3. 에르메스 떼르 데르메스 베티버
에르메스 떼르 데르메스 베티버 요약
[구매처 및 예산]
에르메스 매장,
11.9 만원 ~ 16.2 만원
[연령대]
20대 중반 이후
[성별, 남성적]
꽃미남 같은 느낌인데 자세히 보면
선이 굵은 상남자
[계절감]
사계절
[지속력]
★★★☆(3.5/5.0)
[비슷한 향수]
에르메스 떼르 데르메스 + 딥디크 베티베리오
네이버 이웃추가해서 새글 편하게 알림받기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fr_366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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