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리뷰
입생로랑 라 뉘드 옴므
Yves Saint Laurent La Nuit de L'Homme Eau de Toilette
6년 전, 블로그 초창기때 케네스콜 블랙이 대성공 이후, 마찬가지로 남자스킨 향기가 너무 강하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부드럽고 따뜻한- 그렇지만 확실한 남자의 향기를 찾으려고 엄청나게 알아봤던 적이 있었다. 수 많은 남자향수가 등장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퀄리티 높은 남자 향수에 대한 배고픔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남성 독자님들이 ‘꼭 맡아보세요’ 라면서 추천했던 향수가 바로 이 향수. 입생로랑 라 뉘드 옴므다
몇 년 지나서 백화점에 찾아갔을 때에는 입생로랑 라 뉘드 옴므는 없고 왠 입생로랑 르 옴므만 있어서 너무 헷갈렸던 기억이 난다. 직원분에게 ‘입생로랑 라 뉘드 옴므 없나요?’ 라고 물어보면 ‘그것보다 르 옴므가 더 은은하고 인기가 많아요’ 라는 답변을 들었고 나는 ‘응?’ 이라는 의구심으로 발길을 돌리곤 했었다.
그리고 한창 시간이 지난 지금, 미국 전역의 물류센터와 제휴를 하게 되면서 입생로랑 라 뉘드 옴므 라는 제품을 정식으로 유통할 수 있게 되었고 이렇게 늦게나마 독자님들에게 소개할 수 있게 되어서 기분이 너무 좋다. 참고로 해외의 여러 향수 사이트에서 입생로랑 라 뉘드 옴므의 기본 평점은 거의 만점에 가깝다.
입생로랑 라 뉘드 옴므의 향기는 어떨까?
입생로랑 라 뉘드 옴므 의 향기
탑 노트 ㅣ 카다멈, 베르가못
미들 노트 ㅣ 라벤더, 시더우드
베이스 노트 ㅣ 앰버, 쿠마린, 베티버, 캐러웨이
입생로랑 라 뉘드 옴므 탑-미들 노트
『회색 러그 위로 쏟아진 루악커피와 나무 인테리어, 슈트에서 날 법한 남자의 향기』
입생로랑 라 뉘드 옴므의 첫 향기는 떡 벌어진 태평양 어깨의 훈남이 뭔가 달콤한 커피 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가죽 소파에 푹 깊게 눌러 앉는 듯한 향기가 난다. 그에게 잔잔히 베어 있는 남성미 넘치는 따뜻한 체취와 니트에서 날 법한 까슬거리는 부드러움. 그리고 소파의 가죽에서 미끈하게 확 퍼지는 복합적인 향기가 공간적으로 어우러진 향기인 것 같다. 그러다 그 남자, 실수로 들고 있던 따뜻한 커피를 쏟았는데 바닥에 깔린 부드러운 잿빛 러그 위로 천천히 스며들고, 러그 아래에 있던 빈티지한 나무 인테리어와 이리저리 충돌하면서 사방에 흩어지는 듯한 까끌거리는 빈티지한 달콤함이 가득 퍼지는, 그리고 그 공간의 한 가운데에서 뻘쭘한 미소를 지으며 여유를 즐기고 있는 남자답고 카리스마 있는 남성의 모습이 연상되는 향기다.
입생로랑 라뉘드 옴므 미들-베이스 노트
『옷걸이에 걸어놓은 슈트의 안단에 잔잔하게 베어 있는 체취 같은 앰버』
시간이 지난 입생로랑 라 뉘드 옴므는 향기가 한층 더 부드러워지고- 품 안으로 꼭 안아주는 것 같은 든든한 느낌이 강해진다. 남자인 내가 맡아도 (약간 클래식하다고 느껴지지만) 뭔가 마음의 안정감을 들게 하는 특유의 향기가 있는데, 여성분들이 맡으면 그 안정감이 더 커지게 느껴질 것만 같은 그러한 뉘앙스의 달콤한 앰버와 베티버 향기인 것 같다. 아까 말한 남성이 옷걸이에 걸어 놓은 옷감 안쪽에서 날 법한 향기인 것 같기도 하다. 동시에 착 가라앉은 눈빛으로 상대방을 응시하는 듯한 묵직한 향기가 있는데, 여기서 남자다운 섹시함이 연출되는 것 같다.
입생로랑 라 뉘드 옴므
상황극
‘인생은 본질적으로 외로운거야’
입생로랑 라 뉘드 옴므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 누구보다 인생이란 무대에 친구가 많은 남자였다. 매일매일 낯선 사람들과 사교를 쌓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이 남자가 모처럼 등장하는 모임의 한 가운데에는 어김없이 정서적인 주인공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요즘은 침묵할 줄 아는 남자가 매력적이래’
그래서 자기도 그렇게 멋있어질 거라며 온갖 개똥폼을 잡으며 컨셉을 잡다가 “근데 그 매력남이 나는 아닌 것 같다” 라면서 뻘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성벽을 무너뜨리고 주변 사람들을 마음껏 뛰놀게 하는 남자였다. 내가 보기에 그 남자의 성벽 안에있는 구성원의 모두는 안정감과 여유로움을 느끼는 것 같았다.
‘고지식해 보이겠지만, 남자는 태어나서 딱 세 번만 운다고 했어’
그런데 이게 웬걸, 별로 슬프지도 않은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펑펑 울기가 일쑤였다. 심지어 주변 사람들이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데 도대체 어떤 부분이 슬펐는지 물어보면 “너네는 너무 감성이 메마른게 문제야 흑…” 이라며 오히려 더 목청을 놓아 꺼이꺼이 우는 모습은 가히 가관이었다. 물론, 그 모습을 보는 우리 모두는 웃음을 빵 터뜨렸고, 그는 그제서야 울음을 멈췄다.
그랬던 그가,
지금 내 앞에서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묻고 있다.
“내가 어디가 좋은 건데? 갑자기 고백을…”
“방금 제가 소설처럼 쭉 읊은 것들이요. 그것 말고도 셀 수 없이 많아요.”
이 남자는 당황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고목같이 흔들림 없던 이 남자를 잔뜩 흔들리게 만든 것에 대해서 묘한 쾌감을 느끼고도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불안해졌다. 그가 보내는 당혹감에서 내가 그를 좋아한다는 감정은 단 한번도 고려되지 못한 것 같아서.
아무도 내게 뛰어들라고 하지 않았지만, 짝사랑하는 사람의 고질병이 도지고 말았다.
나는 결국 불구덩이로 뛰어 들기로 했다. 불안한 이 감정에 뭐라도 종지부를 찍고 싶었다..
“제가 좋아하는 거 몰랐어요?”
결론
입생로랑 라 뉘드 옴므는 달지 않은데 달콤함이 살짝 느껴지면서도 찬 바람속에서 따뜻함이 훈훈하게 불어오는 듯한 밸런스를 가진 남성 향수인 것 같다. 얼핏 클래식함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슈트, 깔끔함. 이런 키워드는 시간이 지나도 빛이 바래지 않는 남자다움의 정석 아니겠는가? 각자 이성에게 끌리는 포인트를 생각해보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공통속성에 대해서 다들 어느정도 느끼고 있는 것들이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20대 중후반의 남성, 그리고 여성분들에게 부드러운 남성미, 거기서 연출되는 묘한 섹시함 등을 가져가고 싶은 분들에게 입생로랑 라 뉘드 옴므는 적극 추천드리고 싶다. 국내에서 구할 수 없고 해외직구로만 구할 수 있으니 희소성도 상당부분 검증이 된 것 같다.
평소 프라다 르옴므 시리즈, 버버리 위크엔드 등의 향수를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꼭 시향해보셨으면 좋겠다.
입생로랑 라 뉘 드 옴므 요약
[정가, 국내없음]
8.9 - 12만원 사이에 구할 수 있음
[연령대]
20대 중반 – 50대 후반
[성별, 남성적]
부드러운 섹시함
캐쥬얼한 클래식
[계절]
봄, 가을, 겨울
[지속력]
★★★★(4.0/5.0)
[비슷한 향수]
프라다 르옴므 로 + 입생로랑 르 옴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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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fr_366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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