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리뷰
아쿠아 디 파르마 오스만투스
Acqua Di Parma Osmanthus Eau De Parfum
금목서(오스만투스)의 꽃말은 ‘당신의 마음을 끌다’ 라고 한다.
그 만큼 8,9월이 될 때 길거리에서 산뜻하게 불어오는 오스만투스의 꽃 향기는 그 자체로 굉장히 중독성이 있다. 향수 시장에서도 금목서를 주제로 굉장히 다양한 향수를 만들었는데, 이게 무슨 이유라도 있는지 이상하게 향수로 들어간 금목서는 참 진가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왜 도대체 나의 마음을 살랑거렸던 금목서 향기가 나지 않는 것인가!
그런 의미에서 아쿠아 디 파르마 오스만투스의 도전은 어느 정도 성공적인 것 같고, 또 어느 정도의 아쉬움도 있는 것 같다. 우선 기본적으로 데일리로 모던하고 깔끔하게 사용하기 좋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그렇지만 오스만투스의 생화… 라고 하기엔 뭔가 조금 아쉬운 비누향기라는 것이 단점이자 장점인 것 같다.
작년 9월 새롭게 런칭한, 아쿠아 디 파르마 오스만투스의 향기는 어떨까?
아쿠아 디 파르마 오스만투스의 향기
탑 노트 ㅣ 그린 만다린, 네롤리
미들 노트 ㅣ 피오니, 핑크 페퍼, 암브레트
베이스 노트 ㅣ 오스만투스, 파츌리
아쿠아 디 파르마 오스만투스 탑-미들 노트
『레몬을 활짝 피어 있는 오스만투스 다발에 흩뿌린 듯한 경쾌한 향기』
아쿠아 디 파르마 오스만투스의 첫 향기는 레몬 즙을 가득 갈아낸 후, 활짝 피어 있는 오스만투스 꽃잎 더미에 끼얹는 것 같은 상큼한 향기가 난다. 혹은 오스만투스 꽃잎을 가득 담아서 만든 레몬 맛 사탕을 입 안에서 가볍게 굴리는 것 같은 달콤함인 것 같기도 하다. 어느 정도의 프루티함은 느껴지는데, 확실히 플로럴 계열로 분리하는 것이 좋지 않나 하는 정도의 매트하고 담백한 오스만투스 향기다. 만개한 개나리 꽃잎을 잘 말려서 나무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장면이 괜히 생각난다.
아쿠아 디 파르마 오스만투스 미들-베이스 노트
『이불처럼 부드럽게 널어진 금목서 꽃잎에 몸을 던진 잔향』
시간이 지난 아쿠아 디 파르마 오스만투스는 한껏 부드럽고 포근한 암브레트 향기가 올라온다. 예를 들면 노랗게 물들어서 수북하게 쌓여 있는 오스만투스 꽃 잎의 이불 위로 몸을 벌러덩 뉘었을 때, 행복한 기분을 만끽하게 해주는 봄날의 햇살이 쫙 내려오는 듯한 암브레트의 포근하고 우디한 느낌이 잔잔하게 공간을 채운다. 얼핏 차(tea) 향기 비스무리한 만다린과 작약의 알싸함이, 미용실의 스프레이 향기 비슷한 뉘앙스를 주기도 하지만…! 확실히 살에 닿아서 천천히 흡수된 뒤의 잔잔한 잔향은 아주 부드럽고 노곤하고 산뜻한 것 같다. 통통 튀는 오스만투스를 마냥 발랄하지 않을 수 있도록, 꾹꾹 눌러서 모던하고 시크하게 잡아주는 밸런스가 참 재밌다.
아쿠아 디 파르마 오스만투스
상황극
“커트 할게요”
거침없이 가위를 대는 그녀의 손길 아래로 내 머리카락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활강하던 녀석들은 벼랑 끝에 매달린 것처럼 눈썹 위에 걸터앉아 간당거리기 시작했고, 그 거슬림이 상당히 거슬렸던 나는 눈을 크게 찡그렸다. 그럴 때면 어떻게 알았는지 그녀가 노란 스펀지로 말끔하게 쓸어주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뭘요~”
간질거리는 듯한 꽃 내음의 속삭임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곧은 성정[性情]이 느껴지는 듯 담백한 목소리 같기도 했다. 나는 다시 한번 고개를 들어 거울을 통해 아쿠아 디 파르마 오스만투스의 얼굴을 꼼꼼히 살펴봤다. 곧고 가지런한 눈매가 왠지 모르게 차분하다. 반대로 살짝 올라간 입가에는 은근한 활기가 가득 꽃피어 있다.
“궁금한 게 있는데요”
“어떤 건데요?”
“손님들한테 그렇게 말을 많이 하시는 편은 아니잖아요?”
“말이 많은 편은 아니지요”
나는 말을 멈추고 이런 질문이 실례가 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되물어봤다. 쭈뼛 거리는 내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아쿠아 디 파르마 오스만투스가 차분하게 웃었다.
“뭐가 궁금하길래 그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손님이 많은 이유가 궁금해서요”
아쿠아 디 파르마 오스만투스는 잠시 커트를 멈추고- 내 앞머리를 두 손으로 부드럽게 쓸어 내리다가 길이를 맞추며 힘주어 말했다.
“말이 많지 않아도, 대화는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요.”
결론
아쿠아 디 파르마 오스만투스는 언뜻 금목서의 산뜻함을 담아 놓은 헤어 스프레이(…) 같기도 한데, 확실히 살에 닿아서 공기와 닿아 퍼지는 잔향은 너무 산뜻하고 부드러운 것 같다. 직접적으로 치고 올라오는 향기보다 주변에 퍼지는 분위기가 훨씬 멋진 향수라고 할까?
그래서 그런지 아쿠아 디 파르마 오스만투스를 사용하면 주변에서 굉장히 피드백이 좋은 편이다. 대체적인 평은 “좋은 향기 난다” “어디서 산뜻한 향기가 난다” 등인데, 주변을 순식간에 노란 산뜻달콤함 속으로 끌고 가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마냥 프루티한 향수도 아니고, 남성분들도 은근히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담백하고 모던한 느낌도 있다. 상황극도 원래 되게 무뚝뚝하거나, 차분한 여성을 그리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오랜 시간 사용할수록 경쾌한 느낌이 있어서 모던함 보단 조금 따뜻하고, 차분하고, 밝게 묘사해봤다.
아쿠아 디 파르마 오스만투스 요약
[구매처 및 예산]
백화점
12.2 - 27만원
[연령대]
20대 중반 이상
[성별, 약간 여성적]
경쾌하지만 촐싹대지 않고 진중한
깔끔하고 모던한 스타일
프로페셔널한 느낌
[계절감]
사계절
[지속력]
★★★☆(3.5/5.0)
[비슷한 향수]
메모 인레 + 아쿠아디파르마 매그놀리아 노빌레 + 베르두 펑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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